군대에 있는 큰 아이 면회를 다녀왔다. 지난번 훈련소 수료식에 갈 때처럼 집에서 새벽에 출발하니 면회시작 시간 9시가 조금 넘어 진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는 공군으로 지원해 4주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 전 특기학교에서의 2주간 생활을 하고 있다. 특기학교 기간 동안 주말 면회가 된다는 건 알았지만 너무 멀어서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이도 처음에는 굳이 올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동기들이 부모님 면회로 외출을 신청하는 것을 보고는 "엄마 여기 너무 멀어서 오기 힘들지?" 그렇게 우회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갈 수 있어"라고 답했다. 아들이 오라는데 어디는 못 갈까.
훈련소와 달리 특기학교에서는 다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시험점수가 좋아야 원하는 자대에 배치되는 것 때문에 동기들 간 신경전이 심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일교차로 인해 감기까지 걸려 있었다. 외출 나온 아들을 만나 제일 먼저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약 처방을 받고는 부대 근처 모텔을 잡아 종일 재웠다.
잠이 든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아이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유난히 친구들과의 갈등을 힘들어했고 경쟁하는 상황을 싫어했다. 친구들의 말에 상처를 쉽게 받았고 그래서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울음이 먼저 터지는 아이였다. 청소년기를 거치면서는 친구들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도 아이는 다양한 배경과 사고를 가진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의 삶을 간접 경험 한다.
그게 우리 아이의 기질이고 성향이었다는 것을 나는 성인이 된 지금에야 조금씩 인정하고 있다.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에서 적응해 가는 아이를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울 것이다. 동기애도 생기고 단체 생활에서 함께 하는 규칙과 배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팁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아이는 더 단단해지고 커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