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의 기쁨을 알게 하소서

D-22일

by Eunice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 (여호 1,9)


제가 지금 걷는 길에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아도 포기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저희의 모든 것을 아시고 저희 발걸음을 인도해 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지금껏 이 못난 저를 믿어 주셨고,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믿어 주실 것임을 압니다.


아침저녁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시험날이 다가오니 마음의 온기도 점점 식어가는 듯하다.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조심스럽다. 하루 종일 아이와 나누는 대화는 "밥 먹었니?", "밥 먹어라", "엄마 지금 집에 간다.", "엄마 성당 갔다 올게" 이런 문자가 전부다. 그나마 대답도 들을 수 없고 읽었다는 표기가 사라지면 확인했구나 하는 잠깐의 안도만 할 뿐이다.

아이가 눈빛을 피한다는 건, 짜증이 많다는 건, 묻는 말에 답하지 않는다는 건 그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에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기에 요즘 아이의 태도에 나는 문득 불안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을 앞두고 아이도 많이 불안하고 긴장될 것이다.

공부한 양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정황상 올해 우리 아이가 지원한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쩌면 운 좋게 우리 아이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담긴 상상을 한다. 분명 아이도 똑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하루하루에 어떤 의미를 담으며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어쩌면 내가 가능성이 낮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이 되어 나를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아이 스스로도 부족한걸 알면서도 운이 따라줬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랄 테니까.


비바람을 정직하게 맞으며 지나 보내는 나무처럼 충분한 노력의 대가를 치러야 그 노력만큼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걸, 허황된 욕심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우리는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긴 호흡으로 조금 먼 시각으로 하루하루의 노력에 의미를 담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바라며 또 내 스스로의 마음도 다시 다독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주어진, 아이가 보내야 하는 모든 시간들은 소중하다. 앞으로의 시간을 아이가 정직하게 채워가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나가기를 기도한다.



주님, 시험을 준비하는 이 시간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진정 소중한 시간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주시고 어떠한 어려움일지라도 극복할 수 있는 꾸준함의 은혜를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 아이가 이 시기를 통해 더욱 아름답고 매력 있는 젊은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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