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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티제 Jul 25. 2024

잔소리해주세요

따뜻한 관심

추해지는 나이 서른다섯

자기 관리가 잘 되는 사람들은 계속 유지하지만, 안 되는 사람은 무너지는 게 확연히 보이는 나이가 서른다섯이라고 한다. 서른다섯까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소양은 다 비슷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밥 먹을 때 쩝쩝거리지 않기, 말 예쁘게 하기, 샤워하기 등 이런 것들은 대부분 지키는 일이라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없다고 한다. 근데, 서른 다섯 이후부터는 기본적인 것인데 이것 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두각을 드러낸다고 한다. 누군가는 애정을 담아 끊임없이 잔소리했을 것이다. 근데, 결과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됐다는 건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았다  즉,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잔소리가 나를 바꿔준다면?

생각해 보면 나이 들어갈수록 잔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충고해 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기 때문에 또, 습관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행동이라 바꾸기 어렵기에 서로가 서로를 포기한다고 한다. 나도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잔소리를 꾹 참게 된다. 


서른다섯이 넘은 나이에도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옆에 두어야 한다. 애정이 많이 남아있으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검열해서라도 스스로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말 멋진 사람은 외면도 가꾸고 내면도 가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꾸준한 사람을 좋아하고,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하며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삶을 추구하며 나아가려 한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달라져있음을 느껴야 한다.



사랑 ; 이제 너의 단점까지 사랑, 못 하겠어

정말 오랜 시간 함께 한 애인이 있었다. 사랑세포의 열일로 단점까지 사랑했던 내가 어느새 단점도 못 봐주는 한계가 왔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단점들을 하나씩 지적했고, 고쳐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를 위해 노력해 주는 행동에 감동과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기다려준 시간보다 지속성이 짧았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나는 다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안겨준 건 잦은 다툼이고 입만 아프다는 것을 경험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란 걸 항상 존중하고 만났다면 결혼까지 갔을까? 내가 하는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다 보니 어느 정도 소유욕과 함께 사랑세포는 그 선을 넘어가고 싶어 했다. 나는 드디어 애인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인의 행동은 언제나 즉흥적이었고 예상이 되지 않았다. 나한테 그 모습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반복적으로 쌓이다 보니 안정기에 들어선 우리의 신뢰도가 점점 깨지는 듯했다. 관계의 마찰이 생길 때마다 문제의 원인은 늘 비슷했다. 관계가 소중하다 보니 더 이상 마찰이 생기지 않길 원했다. 그래서 '해결'이라는 초점을 두고 간 것 같다. 우리의 결론은 무언가를 정하는 것이었다. 서로 공유되고 있듯이 예측이 가능했으면 좋겠고, 말과 행동이 일치되며 그것이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랐다. 강요하는 게 아닌데 그는 이런 것들을 못 견뎌했고, 노력하겠다는 말은 습관적으로 변질 돼버렸다. 나도 그를 존중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생각 없어 보이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 더 이상 나는 신뢰를 쌓을 수가 없었고, 포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애인에게 내가 바라는 애인상으로 바꾸려고 했던 걸까? 아님 사회통념상 보기 흉한 행동이니 고치도록 방향을 알려준 걸까? 생각해 보면 둘 다였던 것 같다.

 


우정 ; 강원도 토박이 원주언니

4년 정도 안정적인 우정을 이어온 나의 벗이 있다. 우정세포의 열일로 만들어낸 성공작이다. 원주언니는 나를 항상 깨끗하고 참된 어른으로 나아가게끔 만들었다. 언제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잘못한 걸 지적해 주고 '이런 방향으로 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행동지침도 알려줬다. 그렇게 뾰족뾰족했던 내가 동글동글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변해가는 내 모습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 뒤로 원주언니가 해주는 말은 복종하듯 무조건적으로 다 들었다. 시간이 지나 원주언니가 한 마디를 했다.

나를 만나고 나서 네가 굉장히 많이 변한 걸 느껴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원주언니가 해준 잔소리 중에 나쁜 잔소리는 없었다. 맞는 말도 내 기분과 상황고려해서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말해줬다. 잔소리하는 사람도 능력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잔소리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부끄러움에 숨지 않고 인정하고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지금 주변을 돌아봤을 때, 부모님 이외에 나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정말 감사해야 한다. 무조건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 고지식한 어른으로 늙어갈 뿐이다. 나는 그런 고지식하고 고착화된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지가 않다. 어제도 오늘도 나에게 잔소리 해준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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