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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balist Jun 28. 2024

[비밀 공개] 지스타 프로젝트 리포트


매년 11월에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G_STAR) 게임쇼 BTC 1관, BTB관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많은 게임사들이 이제 지스타 실전 준비 태세로 들어갈 텐데요,


아이데틱이 10년 이상, 수십 개의 지스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만났던 게임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획이고, 가장 우려했던 사항은 운영이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24만 명이 부산 벡스코로 몰려왔는데요, 규모가 확장된 2024에는 더 많은 게임사와 유저들이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네요.


지스타 현장


최근 모 게임사와 지스타 회의를 하면서, 작년에 동일하게 머리를 쥐어짜던 고민의 과정들이 다시 되살아 났습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6개월간의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전시 마케팅은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케팅 전쟁만큼 격렬한 게 없으니, 전략이라는 말이 굉장히 잘 어울리긴 합니다만, 본질은 실행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겠죠.


저희 회사는 지스타 종료 이후, 그 히스토리를 매번 공개했었는데요. 저는 조금 욕심을 내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나무가 잘 심어졌고, 잘 키웠는지' 보여줬다면, 이제는 '어떻게 나무를 심는지'에 대해 알려주기로.


그렇다면, 모든 실무자들의 노고가 담긴 생생한 리포트가 도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개하기로 했어요.

아이데틱의 '지스타 노하우'를 과감하게 유출해 봅니다

(대표님, 저 지금.. 무릎 꿇었어요..)


전시 기획 단계부터 전시 오픈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 보는! 내부 기밀과 날 것의 리포트!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


게임쇼에 참가하는 게임사는 신작 게임 출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국내에 출시한 게임의 현지화 작업 이후, 해외 게임쇼에서 홍보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저희는 게임전시를 기획하기에 앞서, 팀원 모두 출전 게임을 플레이해 보는 것을 지향하는데요. 음.. 사실, 필수로 진행하는 부분입니다. 이는 결국 유저의 입장에서 맞닿아, 깊이 경험함으로써 게임 USP와 마케팅 요소를 전시 공간과 이벤트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데틱의 고객사가 대부분 게임사인 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내부 스탭들이 여러 장르의 덕후들이 많은 것도 신기한 부분입니다. (저는 온라인 FPS를 좋아합니다만, 스탭 중에 콘솔 유저들이 많고요, 서브컬처 덕후 스탭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저희 3D 디자이너는 '배그 프로게이머'를 준비했던 화려한 과거까지 있죠 ^^;


아이데틱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오락기'


2022 지스타에서 시프트업의 '니케:승리의 여신' 런칭 프로젝트 이후, 해외 게임쇼 마케팅까지 준비하면서, 아이데틱 내부에는 니케 유니언(길드)까지 결성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진지하게 전투를 하고 있죠..^^;


팀원들의 열정적인 게임 플레이 ♥︎ 아이데틱 길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는 속어가 있습니다.

게임 스토리, 캐릭터 특징, 스킬, 그래픽 등 IP 자산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에 집중하여 플레이를 해보는 일은, 유저들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한 끗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데 주요한 과정입니다.





Publisher vs Developer


게임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Publisher(배급사) vs Developer(개발사)입니다.

게임 업계에는 게임을 만드는 '디벨로퍼'와 판매, 유통 서비스를 맡고 있는 '퍼블리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국가에 따라 퍼블리셔가 달라지기도 하죠.


게임전시 기획 단계에서 출시 게임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사의 '사업 유형' 즉,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합니다. 퍼블리셔가 집중 공략하는 IP를 가지고 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발사가 직접 참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자회사에서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지, 혹은 퍼블리셔가 어디인지 알아야겠죠.


시프트업 개발사는 게임 유통을 전문 퍼블리셔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니케'는 중국의 텐센트가, '스텔라 블레이드'는 일본의 소니가 글로벌 퍼블리싱을 하고 있죠. 단기간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텐센트의 글로벌 전문 퍼블리싱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는 니케를 포함하여 중・대형 개발사들의 해외 서비스와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지스타 2022에서 니케가 첫 공개될 때, 레벨 인피니트 이름으로 출전했었습니다.)


2022 지스타에서 레벨인피니티 브랜드로 첫 공개한 '니케 : 승리의 여신'


한창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고 있는 '서브컬처 장르'는 일본의 인기 애니 IP를 활용하여 국내에서 게임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가 대표적이죠.) 현재는 K-서브컬처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사업성을 발견한 게임사들이 라이선스 비용을 아끼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IP 게임 개발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웹젠'이 앞서 얘기한 두 가지 방식으로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했는데요, 웹젠의 서브컬처 게임 신작 '테르비스' 같은 경우는 자회사인 웹젠 노바에서 개발을 했고, 퍼블리싱을 웹젠이 진행하죠. 반면, 테르비스와 함께 2023 지스타에 출전했던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서브컬처 게임은 사전 예약 때부터 이미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IP입니다. 500만 부 이상 판매 되고 있는 라이트노벨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기반의 일본 개발사 '에이밍(Aiming)'이 제작한 게임이죠. 웹젠이 한국에서 퍼블리싱을 맡고 있습니다.


*출처 : 웹젠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싶어서' 기사 / 게임동아


2023 지스타에서 웹젠이 공개한 3개의 서브컬처 IP : 테르비스, 라그나돌,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게임 마케팅에 있어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이유는, 전시 참가 주체에 따라 마케팅 주요 포인트와 커뮤니케이션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데틱은 퍼블리셔, 개발사 모두 다이렉트로 전시 마케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요. 보다 많은 유저가 게임을 체험하고, 홍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준비 과정에서 퍼블리셔와 개발자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브랜딩을 생각하거나, 콘텐츠 만듦새에 집중하거나, 하나의 무대에서 강조하고 싶은 요소들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유저가 콘텐츠를 재미있게 즐기고 브랜드를 기억해야 한다는 목적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참가사의 KPI를 명확하게 아는 것, 개발사의 디테일한 설정들을 이해하는 것, 이러한 이해관계의 중심에서 대행사의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겠네요.





좋은 디자인은 실행되는 디자인


전시 기획과 컨셉이 나오면, 모든 디자이너들이 실행을 중심으로 전시 콘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전시 디자인은 90%가 실행이에요. 이제부터는 무게감이 달라져요. 머릿속의 구성들이 뜻하는 대로 구현될 수 있게, 느낌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2D 디자인도 3D 디자인처럼 공간을 잡아가는 그래픽으로 제작해야겠죠.


그래픽 실사 출력 테스트


컴퓨터 모니터로 보이는 그래픽은 실제로 보는 것과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게임, 로고, 캐릭터, 굿즈 등 열심히 작업한 그래픽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순간 감정이 들어가고 아우라가 생깁니다. 공간이나 눈높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죠. 만약, 실제 현장에서 그래픽(사이즈, 컬러, 메시지 등)이 어긋나 버리면, 수정하기 위해 불필요한 리소스와 비용을 쓰게 됩니다.


BI 테스트


전시장에서 보여질 그래픽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선 꼭 실제 사이즈로 출력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프로젝트 기간에 저희 회사벽, 유리벽, 보드 등 여백의 공간들이 남아나질 않는 이유죠.) 이렇게 결과물을 확인하며 실행 관점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디자인도 지키고 현장의 변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아이데틱의 토너 킬러들^^


아이데틱에는 복합기 토너 킬러가 살고 있어요.

하지만 킬러라고 말하고, 프로라고 부르고 싶네요 -




지스타 11년 차의 노션(Notion)


아이데틱에서 프로젝트 관리 협업툴로 '노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타임라인과 여러 데이터 베이스를 한 번에 모아, 팀원들이 협업하는데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지스타 프로젝트 전체 관리페이지(노션)


현장에서 바로바로 체크하는 On-site Daily Schedule부터 미팅 노트, 연락망, 사무국 정보, KPI까지 모두 노션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는데요, 노션을 선호하는 이유는 팀원들이 모두 한 채널을 통해 동시간대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각자의 To do list를 체크해 나가며 업무 프로세스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도 핸드폰으로 신속하게 소통 & 미팅이 가능하죠!


데이터를 체크하기에도 유용한데요. 굿즈가 정말 많을 때는 비품 박스 리스트도 무시 못 하죠. 박스마다 넘버링을 해서 수량과 위치를 상시 체크했습니다. 시공 스케줄, 인력 스케줄, 렌탈 물품, 호텔 정보, 차량 정보 등 얼마나 챙겨야 하는 게 많은지 보이실까요..?


부스 시공 타임라인


지스타 부스 시공 스케줄


전시 오픈 전,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바로 부스 시공인데요.

시공은 전기와 리깅 작업부터 시작되며, 순차적으로 목공, 무대, 사이니지 등 기타 작업들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실행하는 게임사들의 컬러 표시를 달리하여, 각 팀마다 일정을 체크하였어요.)





촘촘히 돌아가는 현장


지스타 오픈 전날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아.. 보기만 해도 와글와글 소란스러움이 느껴지는데요.

시공 3일 차의 워크 플로우가 보이시나요?

오픈을 하루 앞두고 좀 더 선명해질 수밖에 없는 플랜인데요. 시간을 잘게 잘게 쪼개어, 각 담당자들이 포지션에 맞게 To do list를 작성하였습니다. 작업이 완수되면, 개별적으로 체크하며 진행하니, 전체적으로 관리 감독 될 수밖에 없겠죠.


1부, 2부 때에 따라 3부까지 세분화하여 현장 플랜을 세우고, 전시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합니다.

(세팅되는 물품들도 다양합니다. 시연 안내판, 배너, 굿즈는 물론이고, 가구, 소품, 소화기 등등)

운영스탭들의 교육과 함께 무대 안팎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들의 전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Walk-thru를 통해 유저 동선을 체크합니다. 테크 리허설, 드라이 리허설은 AV팀&출연진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플레이하며, 무대 이벤트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가장 공들여 진행하는 부분입니다.

세부 운영안을 보면 얼마나 많은 디테일들을 챙겨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알 수 있는 것들 -


전시가 오픈되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참 많죠.

야외부스 같은 경우에는 날씨 영향을 무시할 수 없구요, 룰렛이 고장 나기도 하고, 코스프레 의상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거겠죠. 이러한 리스크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에 대처 방안까지 미리 준비할 수밖에 없는데요. 준비 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차단봉 배치 레이아웃, 기념품 조기 소진 시 대처안' 등등 모든 작업이 전략적으로 사전 세팅되어야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발행했던 2022년, 23년의 지스타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코스프레 의상/무기 제작, 출연진 섭외 과정, 날씨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디테일한 과정을 알 수 있어요.


2022 지스타 게임쇼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

2023 지스타에서 깨우친 인생 팀워크






사실 아이데틱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현장이에요.


저희의 전략, 기획, 아이디어는 모두 현장에서 나오거든요. 아무리 멋진 부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유저가 콘텐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용없겠죠. 현장에서는 유저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구요, 어떤 기획이 먹히는지(?) 답을 얻는 곳도 현장입니다. 짠-하고 통하면 도파민이 솟고, 하면 할수록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깨달음을 얻게 돼요.


멋지게 만들어 놓고, 사진 찍고, 이런 시대는 이제 통하지 않더라고요. 유저들은 이제 스토리의 일부가 되길 원합니다. 유저들을 위한 경험을 고민하고 설계하면서, 게임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 브랜드와 게임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거겠죠.


아이데틱이 가장 자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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