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히티, 몰디브, 호주, 푸껫, 발리 방문기
한때 내 여행 인생은 클럽메드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호주 린드만 섬, 타히티, 몰디브, 푸껫, 발리의 클럽메드 빌리지를 다니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지오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던 시절.
남들은 클럽메드에 쉬러 간다지만 나는 클럽메드만 다녀오면 목이 쉬어서 돌아왔다. 밤새 지오들이랑 떠들며 놀고, 낮이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하루 종일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니 늘 바빴던 것. 하루 24시간을 거의 활동했던 셈! 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던 걸까?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내 인생 처음으로 시도한 스노클링, 골프, 양궁, 아쿠아로빅, 림보, 서커스, 요트 체험은 모두 클럽메드에서 시작하고 배웠다. 세계일주 중에도 클럽메드가 그리워 참지를 못하곤, 뉴질랜드에 있을 때 바로 타히티와 호주 린드만 클럽메드를 예약해서 2주간 연속 두 나라의 클럽메드를 체험하기도 했었다. 타히티 클럽메드에 갔을 땐 현지 지오들 왈, 일본 사람은 그동안 많이 봤는데 한국사람은 처음 본다며(오래전 일이라 이럴 수도) 자꾸 여기저기서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해서, 가열하게 최선을 다해 놀았던 억이 난다. 그땐 단지 일본인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악물고!
클럽메드 빌리지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 만났던 지오나 촌장을 만나면 그렇게도 반가웠다. 마치 무슨 헤어진 이산가족 만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했던 지오가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적도 있었고,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던 지오들의 소식을 내가 중간에 대신 전해주기도 했었다. 이때 만났던 한국인 지오 팩스랑은 지금도 연락이 되어, 몇 년 전 그가 사는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 상봉해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클럽메드엔 ‘크레이지 사인’이라는 대표 행사(?)가 있다. 밤마다 무대에 모여 지오들의 공연을 보고 ‘Hands Up’ 노래를 따라 부르며 클럽메드의 율동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는 시간! 난 항상 이 시간을 가장 즐거워했다. 이걸 두고두고 추억하고 싶어서 나랑 늘 같이 여행 다니던 친구는 당시 꽤나 비싸던 캠코더까지 질러 영상을 촬영해 남겨두기도 했었다.
매일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미친 듯 뛰어다니며 놀다가 어느덧 빌리지를 떠날 마지막 날이 되면, 현지에 있던 모든 지오들이 VIP 고객님 떠난다며 총출동해 우리를 환송해주기도 했었다. 세상이 끝날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빌리지를 나와야 했던 추억도 새록새록.
내가 항상 클럽메드 칭찬만 하니 주변 지인들이 너무 궁금하다며 참 많이도 클럽메드로 여행을 갔었다. 허니문이나 가족여행, 회사 단체 워크숍까지 전세기로 예약해서 다녀왔던 분들까지. 그당시 내겐 삶의 최고 즐거움이었던 클럽메드. 다시 가면 그때처럼 놀 수 있을까? 체력과 열정이 이전만큼 될까? 테스트라도 해보러 다시 한번 꼭 가고 싶다. 마스크 없이 자유로이 숨 쉬고 떠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