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해마다 미국관광청에서 주최하는 IPW라는 행사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미국 모든 주의 여행업계 사람들이 모이고, 5만 명 이상의 수용이 가능한 미국의 대도시 중 한 곳을 선정해 모이는, 미국 여행업계의 가장 큰 이슈이자 행사였다.
내가 초대를 받은 그 해에는 미국 콜로라도주(Colorado)의 덴버(Denver)가 주최 도시였다. 처음 가보는 도시가 주는 설렘은 더욱 컸고, 덴버 국제공항에 도착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순간,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업무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는데 이미 마음이 묵직해져서는 그 맛있는 수제 햄버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제정신이 아닐 정도였다.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거실의 룸까지 딸린 하얏트호텔의 넓은 룸이었다. 창 밖으로 저 멀리 눈 덮인 로키산맥이 보이고 해발고도 1,609m(1마일) 높이에 위치해 있어 맑은 공기가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주변의 환경도, 음식도 모두 모두 최고였다. 그런데 단 하나, 휴대폰이 없으니 미쳐 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한 시간에 한 번씩 잠이 깰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로워 한지 4일째, 기적처럼 덴버 현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내 휴대폰을 찾았다고. 휴대폰 잃어버렸단 소식을 가족에게 전해 두었고, 동생이 배터리 나갈까 봐 하루에 한 번씩만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마침 현지인이 내 전화를 받아 그 위치를 알려준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당시 내 주변의 미국인, 한국인은 하나같이 믿지 않았다. 아니 잃어버린 휴대폰을 현지인이 찾아서 연락을 해주었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알려준 주소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살짝 떨리기도 했다. “혹시 외딴곳에 나를 부른 후 감금을 하거나 죽여버리면 어떡하지? 아아~ 한국은 돌아가서 죽어야 하지 않나? 여기서 이렇게 죽음을 당하기엔 너무 억울한데”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내 폰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도 100% 충전이 되어 있는 채로(나중에 물어보니, 자신이 쓰는 폰의 연결선과 같은 타입이라 충전까지 해 뒀다고.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킬 수가 있다니)!!
결국 나는 기어이 그를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작은 사례를 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답변이 날 더욱 감동스럽게 했다. 그와 식사를 하면서 나는 이야기했다. 나의 직업은 너의 나라를 소개하는 것이고,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덴버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쓰게 될 것인데, 네 이야기를 그 첫 번째 글로 쓸 것이라고, 내게 덴버라는 도시는 너에 대한 기억이 가장 먼저일 것이라고 말이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나는 약속대로 덴버 여행에 대한 칼럼을 썼고, 당연히 이 에피소드를 서두에 풀어썼다. 그리곤 이 글의 URL을 그 친구에게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친구에게서 온 회신은 이러했다. “내가 사는 덴버라는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몰랐어. 네가 보내준 글이 읽고 싶어서 한국어가 배우고 싶어 지네. 네가 다음에 덴버에 온다면 꼭 미리 말해주면 좋겠어. 그땐 우리 가족과 함께 로키산맥으로 캠핑 가자”라고.
이런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내가 소개하는 미국 덴버란 곳은 어쩜 관광지에 대한 나열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머리와 가슴이 기억하는 그 도시는 언제나 따뜻하고 밝아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여행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가장 큰 추억은 덴버였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싶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