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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정 Feb 08. 2022

여행지 최애 음식? 후무스, 카놀리, 크로우피쉬, 타코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먹방이다. 가끔 여행에서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분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


페루에서 먹었던 기니피그 고기, 스위스와 캐나다에서 먹었던 사슴 고기, 호주에서 맛봤던 악어 육포 등은 사실 좋아서라기보다는, 이때 아님 다시 체험을 못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 먹어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시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히 족하니까.

<스위스 5성급 호텔에서 맛봤던 사슴 스테이크>
<페루에서 맛봤던 기니피그. 치킨맛이 났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한국에 발이 묶인 지 어언 2년째. 가끔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눈물 나도록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이탈리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칠리아의 후식으로 유명한 카놀리(Cannoli)는, 지극히 완벽한 내 취향 저격이라 늘 그립다. 튀긴 페스트리 속에 크림과 리코타 치즈를 넣은 것인데 고소하고 크리미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나라의 이탈리아 마을에 가도 꼭 등장할 만큼, 그들에게는 인기 있는 디저트이다.


미국 남부에 가면 ‘크로우피쉬(Crawfish)’ 라는 가재가 있다. 보통 시즌에만 잡히지만 이걸 매콤한 비비큐 소스에 비벼 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껍질 까기 귀찮은 갑각류는 평소 거의 손대지 않는 나이지만 크로우피쉬만은 포기가 안되어 먹을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바로 맛을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함께 버무려 주는(?) 매콤한 소스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며 먹었던 것 일수도 있다. 같이 조리해주는 노란 옥수수와 감자, 소시지는 또 뭐 그리 감동이던지. 뉴 올리언즈 여행 때마다 맛봤던 크로우피쉬와 현지 맥주와의 조합! 못 잃어…


중동 지역의 유명한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후무스(Hummus)는 또 어떻고! 병아리 콩을 삶아 만드는 디핑 소스인데 영양식인 데다가 다이어트에도 좋아 건강한 음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 빵보다는 ‘피타’라고 불리는 빵과 어울리는데 현지에서는 매일 매 끼니, 그리고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음식이라고나 할까? 아랍에미레이트 여행을 가기 전 사실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게 웬걸. 평소보다 더 잘 먹었고, 너무 잘 즐겼다. 매 끼니 불에 구워 나오는 고기 꼬치구이, 후무스, 그리고 요구르트를 먹고 배를 두드리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중동이나 지중해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삭슈카(Shakshuka)는 특히 아침 식사로 제격인데 한국에서는 ‘에그 인 헬’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하게 알려져 있기도 하다.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각종 야채와 계란 등을 넣고 끓이는 걸쭉한 맛의 소스인데 빵을 찍어 같이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는 큰 장점이 있다. 불 앞에서 구운 프라이 팬담겨 나오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일본 북해도의 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하루에 몇 끼를 먹고 사이사이 간식을 먹어도 모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구황작물! 옥수수, 고구마, 감자가 입에서 녹을 줄이야. 옥수수는 생으로 그냥 씹어도 되는, 단맛 제대로인 현지산이 있어서 깜짝 놀랐었고(한국의 초당 옥수수가 유행하기 전), 감자는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버터와 오징어젓갈을 같이 먹으라고 현지 호텔 측에서 알려주시길래 따라먹어 봤다가 ‘심봤다!’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황제 과일'로 불리는 일본의 유발리 멜론은 입에 넣자마자 진한 단맛의 국물과 함께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낙농 지역답게 역시나 우유, 요거트, 치즈케이크, 생크림 케이크 등의 맛도 끝내줬던 기억이 난다.


남미 음식은, 맛집을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늘 변함이 없다. 유명 레스토랑은 물론이지만 길거리 허름한 노점에서 동네 아주머니가 구워 주시던 멕시코시티의 타코 맛 또한 잊을 수가 없다. 그리움을 채우고자 지금도 종종 서울에서 남미 음식 전문점을 찾아가 그 허함을 채우곤 지만 ‘레알’ 본토의 맛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


과거 세계 10대 미슐랭 레스토랑에도 손꼽혔고, 지금도 대만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딘타이펑 만두는 또 어떻고! 1958년 양병이 선생에 의해 창립되어 길거리 노점에서 팔기 시작했다가 현재는 대만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지점이 있고, 언제 어느 매장을 가도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건 필수.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역시나 대만에서 먹었던 딘타이펑의 딤이 최고였다. 3년 전 대만 베이터우로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한적한 타이베이의 외곽에서 온천욕을 하며 유유자적 여행을 즐기다가, 택시를 예약해 간 곳은 단 한 곳. 바로 딘타이펑 매장이었다. 어머니에게 인심 쓸 겸 새로 나왔다는 트러플 딤섬을 맛봤는데(역시나 비쌌음) 입에 들어가자마자 만두소가 입안에서 즐겁게 춤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많은 경험을 할수록 내 여행은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그 ‘많은 경험’중 가장 중요한 건 ‘먹거리’가 아닐지!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 지역을 이해하는데 가장 공통분모가 큰 테마이니 말이다. 다음 여행지에서 펼쳐질 먹방을 또 한 번 꿈꿔본다. 오늘 밤 꿈에선 독일쯤으로 날아가서 생맥주와 학센을 뜯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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