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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정 Feb 14. 2022

내 생애 최고의 겨울왕국, 캐나다 화이트홀스

어느덧 슬슬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코로나는 여전히 창궐 중이나, 여행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져만 간다. 이 겨울이 가기 전 떠올리고 싶어진, 내 생애 최고의 겨울 여행지 캐나다 화이트홀스의 추억 속으로. 


오로라를 보지 못한 오로라 여행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북아메리카 대륙 면적의 1/3을 차지하는 나라, 캐나다(CANADA). 이 광활한 대륙의 나라 캐나다는 10개의 주(Province)와 3개의 준주(Territory)로 이루어져 있다. 3개의 준주 중 캐나다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유콘(YUKON) 주는 북위 63도이며 알래스카와 이웃해 있는 곳이니, 이곳이 얼마나 추운 곳일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다만 영하 10~20도의 기온에 ‘Today is too HOT’ 이라며 내게 투덜대던 현지인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귓가에 울린다. 


춥고도 추운 캐나다의 북쪽이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먹고 자고 생활하며 즐기는 일상의 모습은 흡사 다른 곳의 여행지와 다르지 않았다. 밤마다 시도했으나 끝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오로라 이야기는 접겠다. 매일 산장을 들락거리며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를 외치며, 눈 속에 파묻혀도 동상은 절대 안 걸릴 것 같은 방한복을 꼼꼼히 입고 묵직한 부츠를 신은 후 산장에서 머쉬 맬로를 구워 먹던, 그 춥고 길던 밤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들어는 봤나, 개썰매 & 스노 슈잉

화이트홀스라고 꼭 오로라가 전부는 아니었다. 낮에 즐길 만한 놀이거리를 찾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건 썰매(Dog Sledding)와 스노 슈잉(Snow Shoeing). 개썰매를 즐기러 간 곳은 화이트홀스 근교의 어느 호숫가. 사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진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고, 나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후덜거린다. 하지만 화이트홀스에서 나는 나 자신과 타협을 하고 시도를 했다. “이런 그림 같은 설원에서 언제 개썰매를 타볼 거야? 도전하고 후회해보자고.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남들이라면 무척 쉬웠을, 아니 설레기까지 했을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큰 용기와 도전이 필요했고, 결국 나는 성공했다. 


개썰매를 타러 가니 도착 전부터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시베리안 허스키 몇 백 마리의 울음소리! 다시 또 온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긴장이 됐다. 방한복을 입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지만 시베리안 허스키는 하얀 눈밭에 맨 발과 맨 몸으로 서있었다. 엄청나게 짖고 있는 개들 사이를 조심히 비집고 들어갔다. 저마다 자기 집에 굵은 줄로 묶여 있었지만 어쩌다 줄이 끊겨 나에게 뛰어들며 안길까 봐 내 가슴은 조마조마~ 다행히 그런 무시무시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바로 개 4마리를 내 썰매에 연결해 브레이크 잡는 법을 배운 후 출발! 시베리안 허스키는 본래 타고난 태생이 ‘달리기 인생’인 건지 개썰매에 내가 올라타자마자 신나게 달렸다. 잔뜩 겁만 먹고 있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브레이크 조절이 나 스스로 가능해질 때 즈음되니 그제야 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으로 뒤덮인 호수와 거대한 나무숲길을 굽이굽이 달리다 보니 몇 번은 눈밭에 고꾸라지긴 했지만 평생 잊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을 내가 개와 함께 내달렸다는 놀라운 체험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잠시 산장에서 몸을 녹이며 간식을 먹고 난 후 도전한 건 스노 슈잉. 깊이 쌓인 눈밭에서 홈트보다 몇 백배는 효과가 더 좋을 듯한 힘든 운동을 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허벅지와 복부에 힘을 줘서 깊이 쌓인 눈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우리나라 옛 짚신과도 같은 신발을 신고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호숫가였다. 또다시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한참을 걷다 보니 얼은 호숫가 물 위로 내가 걷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의 공포는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내 안의 숨겨진 에너지까지 발산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옛 캐나다 선조들이 즐겼을 눈 속에서의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온 몸은 피곤했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여행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은 특별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겨울 여행은 늘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그 차디찬 공기와 맑은 하늘이 몹시 그리운 건 해외여행이 여전히 너무나 아쉬워서겠지? 내 돈 쓰며 얼른 개고생(?)하러 다시 떠나고 싶다. 그곳이 어디가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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