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방백

겨울예찬

나의 죽음은 여름이 아니었으면 해

by 팔이오



봄이 오고 눈은 죽어버렸다.

남들이 가을을 탈 때, 봄을 타기 시작했다. 매번 다가오는 여름에는 수많은 분신을 했다. 적림이 올 시기엔 몸이 증발하고, 천천히 죽어가는 느낌이 생경했다.

따뜻한 물속에서 자살하는 눈사람은 무슨 기분이었을까. 나는 따뜻한 곳이 아니라 추운 곳에서 죽고 싶다. 녹아 죽는 것이 아니라, 얼어 죽고 싶었다.


Dear winter,


이곳은 너무 황망해…….

있잖아, 사람들은 날 기억해줄까.

'동결'은 '영원'이 될 수 있을까.

너는 나 기억해줄 거지.

겨울은 뭐든 얼어붙게 하잖아…….


나의 죽음은 여름이 아니었으면 해.


사랑해, winter.


2021/05/09


From 무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