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춘은 너무 아팠다 불을 피워도 녹아내리는 촛농처럼 우리는 곪아갔다 청춘이란 나에게 더는 연소되지 않을 끝자락 같아서 한 해의 끝이 다가올 때면 우울해졌다 누구는 따뜻해도 나에겐 추웠고 누구는 숨 쉴 틈이 있어도 나에겐 숨이 막혔다 시간은 잔혹해 남겨두고 싶은 것을 한 때로 만들었다 그저 남기고 간직하고 싶지, 지나간 것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땐 녹아내린 청춘을 함께 보냈던 네게서 연락이 왔다
뭐해/아무것도 안해/나랑 똑같네/연말이라 그래/우린 언제나 이랬잖아/그리고 이렇게 연말에만 서로를 찾고?/그러니까 더 각별하고/우리 둘만 이렇게 각별하게 불행하구나.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 어느 순간 손바닥이 따뜻해졌다 핸드폰의 온기가 고스란히 네 것으로만 느껴져서……. 이 작은 방 속 세상에는 나랑 네가 고작이고 전부였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 행복 같은 불행에서 너 혼자만 쏙 빠져나가지는 않을까 불안에 휩쓸렸다
매번 삼키는 말이 있다 우리 둘만 불행하자 우리에겐 불행이 행복의 다른 표현이잖아 그러니까 우리 평생 서로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하자 이 말을 꺼내면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동정하는 연속이 계속될까 봐 무서웠다 이 모든 말을 겨우 욱여넣어 함축해놓고 잘 자.라는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