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의 일기장을 읽으며.
주말에 편히 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조금 바쁜 이틀을 보냈다. 느긋하게 책을 읽을 시간을 고대하며 주말을 기다렸는데, 덕분에 책을 펼치는 건 오늘이 됐다. 지금 읽고 있는 <그날, 나의 일기장>을 어느덧 3분의 1가량을 읽었다.
시간이라는 건 뭘까
소설 속 태준은 그걸 기억이라 칭했다. 과거의 기억 속 모습과 달라지는 걸 통해 사람은 시간을 체감하지 않을까, 라며 태준은 추측한다. 그렇기에 태준은 시간 감각이 무디다. 내가 태준이었다면 어땠을까. 어느 순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덜컥 두려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고, 무슨 계절인지, 몇 시인지, 며칠인지. 단 하나도 모르지 않을까. 태준이 말했던 것처럼 시간은 곧 기억 같다. 그런 백지 같은 상태의 태준은 수진과의 만남이 하루하루 새롭고 궁금하다. 이 아이는 누군지, 왜 이렇게 다가오는지, 어떤 사람인지.
기억은 상처라고 했다
마냥 밝은 줄로만 알았던 수진도 상처가 있었다. 과거 친했던 친구의 부고 소식. 만약 일기를 썼다면 하루를 그 아이 이야기로 꽉 채울 거라 했던 수진은 친구의 기일만 되면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수진이 기억을 상처라 말하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나는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외할머니의 기일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냉혈한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도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으니까. 누군가의 죽음이 상처로 남을 때, 우리는 언제 괜찮아질까. 그건 바로 망각할 때가 아닐까.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것이 바로 망각이라 할 정도로... 언제까지나 상처로 머무를 순 없다.
망각이 필요한 수진과
기억이 필요한 태준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사랑은 인생의 페이지를 그 사람에게 내어주는 거라고. <중략>
음, 어쨌든 그래서 싫었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는 거.
기억이란 건 결국 상처거든. 생채기 정도는 아물면 흉터도 안 남잖아?
저기, 혹시 나랑 약속 하나만 할래?
장마가 끝난 날에 지는 노을. 같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