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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이오 Jul 27. 2021

22일차, 우리의 시간은 오늘까지.

그날, 나의 일기장을 읽으며

책을 읽다 보니 밑줄 친 문장이 꽤 많이 생겨서, 소개와 동시에 정리를 해보려 한다


그날은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날로, 선생님들이 바쁘다는 이유를 대며 수진은 태준을 데리고 학교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들이 향한 곳은 번화가로 바로 다음 날에 있을 수학여행을 핑계 삼아 이것저것 쇼핑을 한다. 쇼핑을 다 끝내고, 비가 쏟아지자 나무 밑에서 잠깐 머무르는데, 여기서 수진이 숨겨온 사실을 듣게 된다. 태준은 다음 날 잊어버리고,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데. 같은 방에 머무르는 남자애들과 짝꿍인 수진의 무리와 함께 놀게 된다. 밤이 되자 전날의 태준과 수진이 사놓은 양주, 같은 방 남자애들이 사놓은 술을 들고 수진과 수진의 친구들의 방에 찾아가 술을 마시게 되는데, 밑에 있는 문장들은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긁어온 것이다.


수진은 이것저것 무서워하는 게 많았다. 강아지와 휙 하고 지나가 버리는 자동차 등. 수진은 태준에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냐 물어봤는데, 처음에 없다고 했으나. 수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무서운 게 생겨났다며 이렇게 독백한다.

분명히, 나의 오늘은 너로 가득 찼다. 마치 흑백 단조로운 내 하루라는 그림을 너로써 색칠한 것처럼. 내 일기장을 너로 가득 채워버린 것처럼.
그래서 무섭다.
내일이면 이걸 다 잊어버린다는 거니까.



빗속에서 수진의 고백을 들은 뒤, 비가 그쳤다. 헤어지는 길목에서 수진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이 말을 들은 뒤, 태준은 수진의 바람대로 약속과도 같았던 그 날의 일기장을 적지 않았다.

"오늘 일은...... 미안해. 그래도 잊어줄 거지?"



수학여행으로 놀러 간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둘은, 학교에서처럼 사이좋게 나란히 앉게 됐다. 무섭다며 가만히 있지 못하다가 그 모습이 태준에게 들키니 쑥스럽게 웃던 수진의 모습. 잊어야만 했던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스멀스멀 태준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던 최초의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으므로. 
본 적이 있던가.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태준의 무리와 수진의 무리는 같은 방에서 술을 마시며 진실게임을 했다. 대답하지 못할 경우 술을 한 잔 들이켜는 규칙. 태준은 취기가 돌자 계속 수진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본다. 놀란 토끼 눈으로 태준을 바라보던 수진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몇 년 같은 몇 초가 지나고, 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어?"



다른 아이들이 다 취해 쓰러지고, 수진과 태준만이 남았던 때, 수진은 오늘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된다며 처음으로 태준에게 입맞춤한다.

"이건." 속삭임보다 더 작은 목소리.
"없던 일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이 달아오른 내 볼에 닿았다.



자다 깨, 물을 한 잔 들이켜던 태준은 옆에서 곧게 자고 있던 여자아이(수진)를 보고, 그 아이가 자기의 짝꿍이라는 것도, 새벽의 입맞춤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기억, 났다.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명확히 알 수 있던 것은

그 모든 편린의 주인은, 나였다.


수진과 있었던 일이 생각나자, 태준은 비가 오는 날, 수진과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한다. 수진의 알 수 없는 말에 배신감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까. 그녀는 단지 오늘 처음 본 사람일 뿐인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가볍게 읽기엔 좋다는 것. 그렇지만 무언가를 깊이 있게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책에 묻어나오는 문장에서 주관적으로 조금씩 '잘 쓴 웹 소설'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재미있고 자극적이지도 않아 끝까지 읽어 보겠지만, 다음에 책을 고른다면 조금 신중히 골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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