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오른 세계문화유산
신주쿠 역 서쪽출구로부터 도보 2분거리인 버스 투어 집합지에 아침 6시 50분에 도착했다. 도쿄역에서 1차 픽업 후 오는 버스라 도로정체로 출발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
중앙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20분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는데, 화장실 앞에서 아이를 기다릴 일도, 장난감 그만보고 어서 출발하자 재촉할 일 없으니 세상 무료했다(찡긋)
등반은 후지 스바루라인 5고메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미 버스에서부터 기압차를 느꼈다. 때마침 보이던 안내표지판에는 '여기가 3고메'였으니, 5고메에서 한시간 정도 기압차에 몸을 적응 시킨 후 등반을 시작하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될 듯하다.
후지산 등반 투어 전문 사이트를 찾다가 코스파(가성비)가 좋고, 여성 안심 플랜( 버스자리나 산장 숙박 시, 옆자리가 반드시 여성)이 있는 Clubget로 예약했다.
등산복을 갈아 입는 장소도 제공 받는데, 고고엔 레스토하우스 3층이었다.
산행시 불필요한 물건은 코인 락커를 이용 할 수 있는데, 1회 500엔이다.
산나물 우동을 시켰다.
버스 옆자리 언니도 혼자 등반왔다해서
우와 좋아요 했는데, 가이드 그룹이 둘로 나뉘며 떨어지게 되어 시무룩하게 혼밥. 아니 혼우동
5고메에는 세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광장에 대자로 쓰러져 있는사람들은 막 하산한 사람.
밝고 말많고 기념품샵에 대거 밀집해 있는 관광온 사람.
조용히 하산 후 살 오미야게를 눈으로 구경하고 있는 곧 오를 사람.
속이 빈 나무에도 신이 있다고 속세의 전냥을 쌓아 놓았다.
산 중턱에서 도저히 자발적으로 하산이 불가한 컨디션이 되었을시( 상상만해도 끔찍하여라)
온니 캐쉬로 탈 수 있는 말이 등산로 앞을 장식하고 있었다. 대기중인 말이 이토록많다는건, 그만큼 이용객 수가...
네...ㅠㅠ
투어자 구분을 위해 등산화에 다는 뱃지.개인시간을 잠시 가지고, 12시 35분에 집결지로 모였다. 다행이 나뉜 그룹에도 혼자온 여자분(20대 후반으로 추정)이 있어, 산행 짝꿍이 되었다.
6고메에서 7고메 사이의 풍경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그룹등반이다보니, 풍경이 좋다고 멈춰 사진을 찍을수 없고, 힘들다고 쉴 수도, 에너지 넘친다고 본인 페이스대로 오를 수도 없지만, 개별적으로 온 사람들에 비해 어딜가든 VIP대우를 받는 기분은 들었다. 누가 후지산 등반한다고 하면, 꼭 투어로 가라고 추천할 수 있을만큼 장점이 많았다.
7고메(2,700m)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산장. 유일하게 후지산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라 하니, 욜로족인 산행 짝꿍이 이건 당장 사먹어야한다나 ㅋㅋㅋ. 해서 나도 시세 4배의 금액을 치르고 사먹었는데, 세상에 이런 맛이다!
다신 못오를 후지산이란걸 이때부터 몸은 예감했나보다. 두번은 없다 싶으면 누구나 욜로족이 되는거임.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에 사진도 엄청 찍었네.
등산로가 아닌 곳의 거짓없는 경사.
헛발 딛어 넘어지면 브레이크 없겠더라.
앞을 보면 갑갑하고
옆을 보면 무섭고
뒤돌아보면 경탄하는 3D 등산로.
7고메의 산장, 토모에관.
" 크림빵이 정말 맛있어요~"하며 외치는 사장님
" 여기빵 인정합니다~"고 응답해주는 가이드상.
다 먹은 손님이 " 진짜 맛있었어요" 하는
삼박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흙부분을 밟으면 푹 꺼지며 미끌어지고,
돌부분을 밟으면 돌이 또르르 굴러 미끌어진다.
진정 후지산 어트랙션.
전혀 춥지 않아 7고메까지 여전히 반팔에 팔토시 복장. 가이드 청년도 오늘은 기온이 따뜻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씨라고 했다.
후지산 정상까지 255분이면 얼마나 좋겠소. 주말에는 등산로가 심각하게 붐벼 낮시간대부터 정체가 말도 못할 정도였다. 천천히 고도를 올리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지만, 별개로 무거운 백팩에 무게 중심 잡아가며 위로 오르는 시간의 몇 배를 멈추어 있는데에 쓰다보면, 제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지치지.
휴식시간이 주어져 남편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오후 4시 28분.
두통없냐는 질문에 어깨뽕 장착하고, 쌩쌩하다고 답했거늘...
후지산의 그림자.
정삼각형의 웅장한 카케후지는 못봤지만.
화창하다가 금세 강풍이 몰려오기 일쑤인 후지산을 오르며, 비옷을 한번도 안꺼냈다는건 큰 행운이었다. 후지산은 나를 허락 해주었다( 벙글)
나는 왜 이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꿈을 이루면 난 웃을수 있을까
후지산에 오르는 지금의 나를 위해
18년 전 지오디는 노래를 지었나(소오름)
7고메의 산장이다.
' 잠깐 휴식입니다' 가이드가 외치면
이때다하고 백팩을 내려놓고,
물 한모금+ 열량 섭취하며 한숨 돌리는데, 어김없이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의 악취는 덤.
이 구역의 절대 강자라서 피할 수 없다.
7고메, 8고메 라는 말도 후지산 등반을 준비하며 알게되었다. 7고메가 해발 2,700m에서 시작되고, 8고메는 3,100m부터이다.
다시말해 2,700~3,100m 사이를 통틀어 7고메라 부르는데, 그 안에 7군데의 산장이 등산로를 따라 산재해 있다.
8고메의 산장은 그에비해 적다.총 4 곳.
호흡은 출발 때부터 의식하며 깊게 쉬었다. 산소가 옅어지는 것을 체감하는 것도 보통 해발 3천미터부터라 하니, 들숨이 아닌 날숨을 신경써서 올라왔다.
지면에 발을 디딘채 태양을 이토록 가까이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문명의 대부분은 저 아래에 둔 채 우뚝 선 산의 경사대로 걸으며 자연의 섭리에 나를 맡기고 빌던 시간.
기도 밖에 할게 없던 걸음.
신의 세계에 가장 가깝던 곳.
아름답다는 말조차 초라하게 만들던 경관.
해가 지면 모든 것이 일제히 숨죽이고, 다시 뜨면 숨을 곳 조차 없던 하늘 바로 아래 주소.
이래서 후지산에 한번도 안가면 바보, 두번가도 바보라는 말이 생겼나보다.
18:40분 잠깐 몸을 누일 산장에 도착.
여느 산장이 다 그렇다지만, 닭장도 이런 닭장이 있을까 싶었다.
산소 농도가 옅어 아무리 추워도 바깥과 내부를 차단시켜선 안된다며 창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2인분용 카레에 물을 추가로 뭇고, 10인분으로 만들어 낸 딱 그맛.
배가 고파 돌도 씹겠다던 난 어디가고 이때부터였다.
고산병 당첨. 속이 울렁거리며 사지의 말단부위에 혈액이 돌지 않는 느낌.
그러고보니 조금전부터 말도 못하게 하품이 났는데, 이게바로 고산병의 초기 증상이었다. 충분한 수면이 고산병을 막는대서, 닭장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해보았지만,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봉지를 들고 산장 밖을 광속으로 뛰쳐 나왔다. 칠흙 같은 달밤을 등에 업고, 나는 모든 것을 쏟아 내었다.
고산병의 치료법은 특별한게 없다. 무조건 하산, 당장 하산이다. 가이드는 절대 무리해선 안된다고 저녁 시간 강조 또 강조 했었다. 산장보다 더 오르게 되면, 하산로가 없는 코스라 결국 정상까지 오른 뒤 하산로를 밟을 수 있다고 했다.난 이대로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된건가. 그룹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민폐의 아이콘이 되지않기 위해 차라리 지금 하산을 선택해야하나. 출발까지 앞으로 단 3시간. 내 몸 세포들이 저농도의 산소 공간에 어서 적응해주길 바라고 또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