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zona-Utah-CA 여행
6월 중순이면 시작되는 아이들의 여름방학. 방학 첫날에 맞춰 떠날 계획으로 3월 초에 모든 일정을 짜고 예약을 픽스했다.
그 말인즉슨 항공권은 물론, 북킹이 일찍 마감되는 국립공원 내의 숙소 롯지 및 앤텔로프 캐년 가이드 일정을 날짜까지 특정하여, 센 경쟁룰을 뚫고 지불까지 끝냈단 말.
출발은 6월 11일 WashingtonD.C. 의 Ronald Reagon Airport이고,목적지는 Phoenix, Arizona였다.
보통 그랜드 캐년을 목표로 가는 여행은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크게 원을 그려나가며 순서대로 캐년을 들르는, 일명 그랜드 서클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는 나는 피닉스라는 낯선 도시를 선택하였다.
컨디션 난조가 되지 않게 일주일 넘게 조심조심 생활하며
들뜬 마음으로 출발 전 밤 잠을 청했는데,
오전 7:25분 출발 편이 출발 3시간 전에 캔슬나버렸다.
여유 있게 준비해서 나서겠다고 모두가 새벽 4시에 몽롱한 상태에서 침대를 벗어났다가, 메일함을 열고선 머리를 빙수에 담근 기분이!!!
American Airline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피닉스 시간으로(시차 3시간 있음) 오전 10시경에 도착해서, 일주일간 렌트해놓은( 완납해놓은) 차를 픽업,
곧장 5시간을 운전해 모뉴먼트 밸리를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여유 부리며 대체 편 찾아보지 뭐... 가 될 수 없었다.
천만다행인 건지
American Airline은 본인 항공사 내에서 해결하도록
대체 편을 안내해주는데 그게 피닉스와 정반대 방향인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행. 그곳에서 3시간 체류. 그리고 피닉스행에 몸을 싣는 편을 알려주었다.
아니 내가 일부러 경유 피해 훨씬 비싼 직항을 샀는데, 이렇게 패대기치기요!!!라고 큰소리치며 따지고 싶었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통으로 캔슬되지 않은 게 어딘가 싶어 보스턴으로 일단 (순순히) 끌려갔다.
보스턴까지는 금방이었다. 허나 보스턴에서 다시 캔슬이 난다면 그건 정말 끝장이잖냐며 불안해 했으나, 다행히 보스턴- 피닉스 편은 살아남았다.
공항 내에서 식사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니 3시간은 또 금방이었다. 그리고 이때 짬을 이용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컴플레인을 하니, 다시 이메일로 접수하라는 안내. 해서 길에서 버린 귀한 시간을 대체해 줄 보상을 원한다고 강력하게 어필. 결국 마일리지로 돌려받았네.
좌석은 또 역시나 따로따로 밖에 안되어서
남편과 아이 1, 나와 아이 2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아이는 창가석에 앉고 싶댔지만( 원래 항공권 구입하며 좌석도 좋은 곳으로 연속 지정 다 했었음)
이런 여행도 있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와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있는 건물로 셔틀을 타고 이동. 습도 없는 고온의 훅 찌르는 사막 기후.
렌터카는 순조로웠다. 깨끗하고 큼직한 차를 빌릴 수 있어 기뻤다.
피닉스 공항을 약간 벗어나니 사방이 이국적인 선인장 밭이다. 여행 목적지로 짜 놓은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획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꿔보았다.
그래서 오늘 일정이던 모뉴먼트 밸리에서의 석양은 포기하고 내일 아침에 들르기로 한다. 일단은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오늘의 최종 일정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다섯시간 가까이 달리고 또 달려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카옌타( 인디언이 운영) 의 호텔에 컴컴한 정적을 깨고 도착했다. 하드캐리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