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ke Nov 23. 2021

록키와 미술관

이곳은 필라델피아, 미국 동부 여행

비가 거세게 내려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선 차를 끌고 리딩 터미널 마켓으로 왔다.

Center City구역이라 One way도 많고, 길을 한번 잘못 들면 다시 돌아오기까지 길이 멀었다. 주차는 운 좋게 Green Zone을 발견해서 세웠다. 주말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파킹이다.


리딩 터미널 마켓을 1892년부터 운영되어 온 농산물 직판장으로 쉬는 날 없이 열린다. 지금은 직판장이란 느낌보단 gourmet의 집합체 같은 분위기이다. 빵집, 크레페, 유럽의 햄, 오가닉 슈퍼, 생과일주스, 생고기 판매장 등등



싱그러운 꽃으로 맞는 일요일 아침.

닫힌 가게는 대부분 레스토랑. 이 또한 코로나의 영향이다. 테이크아웃이 용이한 상점은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단번에도 인기가 많아 보이는 빵집에 줄을 섰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보다 열 배는 맛있던 터키 클럽 샌드위치.

 생과일주스 가게도 인기.

곧 해피 이스터 데이다.




 조금 전 빵 사려고 선 줄의 앞 손님이 올드시티 커피를 들고 있었다. 빵집에서도 커피를 싼 가격에 파는데 굳이 번거롭게 미리 사서 말이지.

포스가 대단해서 투데이즈 커피 스몰 사이즈로. 내가 좋아하는 산미 적고 고소한 커피! 빵집 커피를 사 마신 게 아까울 지경이다. 첫 모금부터 이건 정답 커피.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지터 센터 자체의 건물이 꽤 훌륭했다. 허쉬 초콜릿도 이 근방의 브랜드다 보니 카테고리별로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안개가 내린 도시 필라델피아.

방문 예약시간에 맞춰, 미술관으로 향했다.




영화 록키의 주인공 동상이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에 세워져 있다. 관광명소에서 사진 찍어주겠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단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딱 마주쳤다. 깔끔하게 노땡큐 하니 더 질척이진 않았지만, 감도는 무거운 공기는 감내해야 했다.

록키가 내달린 계단을 아이들도 뜀박질해 올라갔다. 주변엔 록키 사운드트랙을 크게 틀어 듣는 사람도 있었다.




인상파부터 봐야지.

힘이 널칠때 가장 좋은 것을 관람해야지.




이번 필리 아트 뮤지엄에서 발견한 두 가지.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나중에 화가며 작품을 다시 찾아보았다.

이태리에서 태어난 미국인 화가, 존 싱어 사전트. 작품명은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물 웅덩이에 비친 초저녁달의 어스름한 번짐을 어쩜 저리도 영롱한 상아색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드뷔시의 아라베스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주변의 사소한 사물이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폴 세잔느. 이번 미술관에서 건진 두 번째 발견은 몰랐던 세잔느의 풍경화가 정말 정말 좋았다는 점.

 인류에게는 의미 있는 사과가 몇 개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이브의 사과, 두 번째는 뉴턴의 사과, 그리고 폴 세잔느의 사과. 덧붙여 너도나도 쓰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까지.




빈센트의 해바라기를 초근접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이.





 입장해서 쉬지 않고 2시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아이들이 확실히 지쳤다. 중세의 기사 철갑옷을 보더니 잠시 다시 반짝거리는 눈. 이것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더니 다시 힘을 내어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일찍 필라델피아를 떠나는 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나름 알차게 다녔던 것 같다. 장대비를 뚫고 메릴랜드에 다다르니 하늘은 노을 차오른 구름으로 우릴 반겨준다. 집으로 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귀향은 노을빛 같은 것.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된 도시의 멋, Philadephia,P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