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절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문
아모스는 이러다가 바다에 빠져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까? 얼마나 무서운 기분이 들까? 내 영혼은 천당에 갈 수 있을까? 천당에도 생쥐가 살고 있을까?’ 아모스가 혼자서 이런 무섭고도 슬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커다란 머리 하나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올랐습니다. 그것은 고래였습니다. (중략) “이런 맙소사! 나도 젖먹이 동물이야. 하지만 나는 바다에서 살아. 내 이름은 보리스야.” 고래가 말했습니다. - 윌리엄 스타이그, ‘아모스와 보리스’
도전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 성장은 도전을 통해 출발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몸에 익은 생존 방식에 길들여 있다. 생쥐, 아모스는 땅에 사는 것이 생존에 이로웠다. 하지만 이율배반으로 ‘무사함’이 ‘안일함’과 연결되고, ‘평범함’이 ‘특별하지 않음’으로 풀이된다. 사실 인간의 본능 중에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건전한 ‘야망’도 존재하는 것이다. 마라톤도 그런 운동이라 생각한다. 편안하게 사려면 애당초 이불 밖에 안 나오는 것인데, 이건 42.195km를 무려 뛰지 않는가. 훈련을 통해 풀코스 마라톤을 향해 가는 러너들을 보며, 공부의 목적과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공부도 운동처럼 근육을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 터득과 적용이 무한대로 반복되는 가운데 지적 능력이 배가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극대화된 것이 AI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의 고민이 처절한 이유다. 기계처럼 공부했는데, 나는 결국 기계가 아니고, 기계의 암기력과 분석력이 날 앞서간다. 편안하게 사려면 애당초 기계에 모든 걸 맡겨야 하는데, 기계에 인간이 사는 세계를 맡길 수도 없다. 인간이 기계를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일하는 기계를 부리는 인간의 머릿속은 사실 더 복잡하게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것.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굳건한 의지. 땅에 사는 동물 중 작은 존재에 불과한 생쥐가 감히 바다 탐험을 꿈꾸며 나아간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선 ‘스타십(Starship)’이 다섯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머스크의 ‘화성 이주 꿈’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13일 오전 7시 25분(미 중부시간) 길이 71m, 내부 직경 9m의 초대형 로켓이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진 뒤 7분 만에 다시 발사 지점으로 돌아와 젓가락 형태의 로봇팔에 안기는 모습이 현실로 이뤄진 것. -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2024. 10. 15
우주로 향해 발사되는 로켓이 쏘아 올려지는 장면에 환호하던 인간이, 로켓이 다시 발사 지점으로 돌아와 안착되는 장면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었다. 공중에 로켓 외피가 흩어지며 날아오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간직하고 홈그라운드 지구에 돌아오는 모습이라니! 우리는 얼마나 더 대단한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리고 실현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는 20대의 나이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을 매각함으로써 이미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 돈을 밑천 삼아 자율주행차를 넘어 화성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고 있다. 그의 목표는 애당초 ‘돈’이 아니다. 이미 세계에서 가공할 만한 부자이다. 그런데 이불 속에 있지 않고, 기계에 맡기지 않고, 본인의 꿈을 향해 나아가다 좌절하고 실패한다. 이것은 기계, AI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일 것이다.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인간은 가공할 만할 위력을 갖게 된다.
우리는 김연아 선수의 점프 성공 장면만 계속 돌려보지만, 그 이면에는 계속 넘어지는 실패 장면이 겹쳐 있다.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무수히 넘어져야 한다. 우리의 아모스는 사실 목숨도 걸었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내가 왜 바다 탐험을 한다고 설쳐댔을까. 생쥐 주제도 모르고.”라는 후회는 없다.
학생 시절이야말로 좌절(어떤 계획이나 일 따위가 실패로 돌아감)이 있어야 한다. 생활기록부에 술술 풀리는 이야기만 있다면 아모스가 아닌 학생이다. 도전 정신이 없는 학생은 결국 바다 위 가장 거대한 포유류, 고래(보리스)와 조우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까지 안락한 이불 속에 갇혀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