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을 위한 응원가
지구상에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내려앉은 순간 당신은 우리와 함께 있다. 단 한 개의 눈송이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우린 뭉쳐야 ‘인간으로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소통해야 한다. 마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가 너를 보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외모가 좋은 사람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사람은 호흡하며 그에 대한 인상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쎄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방언으로, 표준어로는 ‘싸하다’고 표현한다. 신체가 아려올 정도로 위험 신호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분 나쁜 것이라면 몸이 먼저 경계하게 된다. 인간의 모든 감각은 본인을 세계로부터 지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학교는 학생에게 세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외형적인 학교를 가리킴이 아니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곧 세계다. 같은 반 학우들, 담임 선생님, 수업 시간에 들어오는 교과목 선생님, 여러 활동으로 만나는 선후배들까지. 그들에게 자신이라는 ‘자아’를 드러낼 때 유의 사항이 있다.
먼저 처음 마주치는 이에 대해 나쁜 감정을 품지 않아야 한다. 절대 선입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전에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이 소중하다면, 내 주위도 소중해진다. 내 기운이 미치는 곳에 속한 모든 이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호감을 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 느낌을 상대방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마치 집에 그를 초대하여, 그가 손님으로 들어온 것처럼 인식하면 그도 나에게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보다 호의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아’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질 것.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의미 있는 존재로 여길 것.
다음으로 그들의 모습에 대해 자세히 보아야 한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존재들인가. 외모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말고, 어떤 눈빛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성형 수술로, 화려한 옷차림으로 꾸밀 수 있지만 눈빛과 행동은 쉽게 수정하기 힘들다. 그것은 그의 성격과 여태까지 살아온 생활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들에 대해 선입관 보다는 나의 세계관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애당초 호감을 갖고 시작했다면, 그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수렴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들도 나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예전에 학생 심화 프로그램으로 ‘둘둘똘똘’ 이라는 독서 탐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름이 시사하는 대로, 두 명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고 똘똘한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먼저 참여 학생들을 모아, 각자 관심 분야를 적게 하고, 서로의 짝을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모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당연히 짝을 못 찾는 학생도 있다. 교사에게 처음부터 찾아와 도움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좋은 것은 고등학생이기에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고등학생은 그간 9년의 학교생활의 경험치가 차곡차곡 누적된 학생이기에, 대부분의 곤란한 상황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인지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교사나 부모의 등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밝은 표정과 명확한 발음으로 본인을 표현하라. 본인이 호명될 때 적극적으로 본인임을 나타내야 한다. 무엇보다 눈이 살아있어야 한다. 마음의 심장을 ‘눈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네 마음의 바탕이 하얀색이라면, 상대가 너에 대해 적어도 위협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교실에 들어오면서 항상 밝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학우가 있었다. 교실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던 애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온몸에서 밝은 에너지가 있었다. 교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던 그의 꿈을 지지할 수 있는 학교생활이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눈이다.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학교는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를 규정하는 것은 아쉽게도 교사가 아니다. 교직에 들어와 오랜 시간이 지나자, 학교에서 가장 존귀한 이가 눈에 보였다. 학생이다. 귀하다고 해서, 무조건 떠받들거나 그들의 편을 들어 어리광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다. ‘쿵푸 팬더’가 어떻게 사부의 마음을 얻는가. 중책을 맡을 사람일수록 혹독한 훈련으로 심신을 연마해야 한다. 미래에 다음 세대가 될 학생의 훈련장이 바로 학교이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 안전망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좌절하며, 모두를 위한 청사진을 펼쳐보아야 한다. 내가 귀한 것처럼, 내 주변을 귀하게 생각하며 말과 행동에 기품을 지녀야 한다.
현대 사회에 더 이상 신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사이 매너가 남아있을 뿐이다. 학교를 통해 나의 관점과 태도를 넓고 깊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지구를 넘어 달의 도시가 건설된다고 해도, 우리 존재에 대한 희망이 있다. 우리는 하늘이 내린 ‘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내린 땅이 암흑천지가 되지 않도록, 우리 마음을, 영혼을 가꿀 필요가 있다.
내리는 하나의 눈송이는 순결하지만, 쌓이는 색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 것을. 빚이 아닌 오직 빛으로 모두를 생각할 때 인간 세상에 대한 희망을 오늘도 지닌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암흑천지가 되어가는 세상을 살아가나, 그저 뻗어나가 모두를 환하게 만들, 빛과 같은 당신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