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밤과 사라질 오전

by 한이루

그때의 숲은

숨을 꾹 눌러 삼키고 있었다.


너 때문에,

아니 너를 향한 나 때문에.


푸른 잎 끝에 맺힌 물기처럼

금세 떨어질 듯 매달린 마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한 낮의 태양 빛을 붙잡고 있던.


그때의 밤은 이상하리만치 밝았다.


오늘의 별은 멀었고

내일의 태양은 가까웠다.

어둠은 약속처럼

아침을 데려오고 있었으므로.


나는 너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나의 기억 한면에

너의 모습을 찍어 남겼다.


남기려 했던 것은 너의 얼굴이 아니라

흔들리던 내 두 손이였다.


기억은 늘 그렇다.

잠시 길을 정해주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등을 돌린다.


저편에서 이곳까지

닿아 있던 시간의 줄이

툭, 하고 끊어질 때


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바람처럼 지나갔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존재했던 우리들


그리고 사라졌고,

사라질 우리들.


기억에서나마

살아 숨쉬던 우리들을

보여주며


이내 기억에만 자리한다.


너와 나는

그렇게.


남아있다.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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