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를 늙히는 일은 쉽지 않다"
보이기엔 가벼워 선뜻 받았다가, 그 무게에 흠칫 놀라 잠시 주춤하게 되는 듯한 문장이 빽빽히 담긴 책을 읽고 있다. 깊은 의미에 비해, 아주 단조롭고 단순하게 쓰여있는 문장들이 많은 책, 바로 김훈 작가의 『연필로 쓰기』다. 대문에 걸려있는 글귀도 김훈 작가님의 책에서 인용하였다. 아침에 커피를 사러 길을 걷다가 신호등 앞에 멈추었다. 멈추니 보이는 풍경들이 있었다. 급히 나온탓에 머리를 말리지 못한 한 사람의 고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나 싶던 시선은, 전광판과 도로를 오가더니 이내 한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화면으로 떨구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하루 일상의 지루함을 애써 견디는 사람의 시선이 결국 향하는 곳은 손에 든 재미진 것들이 가득 찬 화면이었다. 하늘은 맑고 도로의 차들은 힘차게 내리치는 햇빛 한모금 머금고 번쩍이고 있다. 어쩌면 조금 찡그린 표정이 새어나오더라도 기어코 하늘을 한번 쳐다보게 되는 날씨였다.
누군가는 이런, 누군가는 저런 모양새로 다들 삶을 살아가기 바쁘다. 무엇을 위해 그리 고단하게 지내는 것인가를 들어보면 결국 행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 온전함에는 자신의 행복감이 헤쳐지지 않는 선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이 들어있었다. 분명 저 사람은 머리를 말릴새도 없이 바쁜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은것이 슬프지 않기를, 행복한 것이 감사함이 되기를 바랄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무언갈 고단하게 하고 있지만, 종종 그 행복의 목적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는 부족함에 기인한 이기심 덕에 울상을 지으며 조금 쓰려하는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할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의 신비로움 만큼, 생각이 저 아래로 내려가는 만큼, 불평 불만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생각하게끔 감사함이 치밀어 오를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잠시라도 시끄러운 소음에 벗어나 세상을 깊히 바라보자. 잠시나마 흐르는 시간을 붙잡듯 멈추어 가만히 세상을 둘러보다 보면, 감사함은 감사할 줄 아는 자에게 나오는 것이며 행복은 감사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삶을 포기못해 오늘도 글로 기록한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 김훈 『연필로 쓰기』
누군가에게 글은 인생의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게도 그렇다. 내가 혹여라도 힘들때, 지칠때 보았으면 좋겠어서 쓰는 글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그런 글로 다가갈 수 있을까란 괜히 작은 희망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