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귀한 감정이었다.

믿음을 주고, 받는 이가 있나요? 믿음의 귀함에 대해 아나요?

by 한이루

#1



어릴 때,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 팔던 우리 엄마가 새벽시장에 가서 오전 2~3시가 되도록 안온적이 있었다. 동생과 나는 무서운 맘에 엄마가 혹여나 사고라도 났을까 울면서 잠에서 깨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랬지.


당연히 이 시간즈음엔 쌔근 쌔근 엄마의 잠자는 소리가 저쪽 안방에서 들려야 했건만, 어쩐지 허전해진 집 소리는 잠귀가 어두워 누가 업어가도 모를 나를 되려 깨웠고, 그렇게 잠결에 안방으로 들어가 엄마가 없는걸 확인하고선 부리나케 동생을 깨웠더랬다. 아무래도 엄마한테 무슨일이 일어난 거 같다고, 그건 나의 믿음이었다. 당연히 엄마는 집에 왔었어야 한다는 믿음


언제나 엄마는 왔었으니까.




#2


카페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알바생 치고는 사장님과 매우 가깝게 지냈었고, 나 또한 내 카페처럼 애정을 많이 담았던 곳이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출근해야 하던 날에 새벽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가 출근 몇시간을 남겨두고 다시 잠에 든적이 있었다. 전화오는 소리에 깨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카페 사장님께 전화가 오고 있었다.


“무슨일 있는거 아니지?.. 걱정했어. 오다가 사고난 줄 알고”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나를 걱정하셨었다. 처음 출근하고서 몇개월간 지각을 한번도 안했던 내가 갑자기 전화도 안받고 출근도 안하니 혹시나 사고라도 났을까 걱정하셨더랬다.




#3


우리집 강아지는 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내가 주인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 강아지는 나한테 혼난적이 없었다. 그러다 딱 한번 혼난적이 있었는데, 침대에 엎드려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로 재미지게 무언갈 하다가 잠에 든적이 있었다. 일어나 보니, 애석하게도 애플펜슬을 잘근잘근 씹어놓았더라. 순간, 그동안 설레는 맘으로 샀던 내 일반 볼펜들을 떠올리며 화를 주체못하고 침대 옆을 팡팡 치며 매서운 눈과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이건 안돼!”라며 꾸짖은 적이 있었다. 순간 불쌍한 눈을 하며 나를 쳐다보는 그 여린 강아지가 어찌나 마음 아프게 하던지, 금새 화가 가라앉긴 했다만.


그렇게 바로 “이리와, 미안해”라며 손을 내밀었더니, 부리나케 품으로 파고 들었다. 내 주인은 나를 이뻐할거란 믿음이 깊게 자리 잡은 우리 강아지, 병원에서 뇌 검사하느냐고 했던 반사신경 테스트 중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원장선생님께서 하신적이 있었다. 두 눈 꿈쩍하지도 않아, 선생님이 “용감하네, 무척 용감하구나”하시더라.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낯선 사람이 자신한테 주먹질을 해도 두 눈 말똥하게 뜨고 꿈뻑꿈뻑 쳐다만 보고 있던 우리 강아지.




믿음은, 돌을 던지려는 시늉에도

두 눈이 꿈쩍하지 않는 것


믿음은, 가차 없이 내가 싫다해도

그 말에 미안함을 느끼는 것


믿음은, 약속 시간에

하염없이 나타나지 않는 때에

걱정부터 되는 것


믿음은, 사랑한다 하지 않아도

사랑함을 느끼는 것


이 귀한 믿음을 어찌 누군가에게 바라고,

감히 쉽게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까


믿음은,

네가 나에게 주고,

내가 너에게 주어 믿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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