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듣는 순간 시작되는 영화

어제의 영화 |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by E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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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랄프 헤르포스


나치 독일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행해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그곳을 관리하는 루돌프 회스 소장.

수용소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소장의 집.

그의 가족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진 아늑한 집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담벼락 너머에서는 연기와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1. 종합예술이 보여주는 감각의 괴리


현대영화는 종합예술을 표방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종합예술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관객은 두 감각기관이 수용한 정보에서 불쾌한 괴리를 경험한다.

눈앞에 아름다운 정원과 안락한 집이 보이지만 귀에는 불안한 소음과 끔찍한 비명이 들린다.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소장의 집.

비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영화에는 비극의 소리가 선명하다.


인류의 오점으로 기록된 비극은 귀를 막는 순간 시작됐다.

영화는 그들이 듣기를 거부한 그 '소리'를 들려주는 순간 시작된다.


2. 희망은 작지만 존재한다


홀로코스트는 악의 평범성을 보여줬다. 평범한 인간의 악마성.

그럼에도 인류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는 역사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비극의 순간에도 희미하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을 비춘다.

희망의 끈은 아슬아슬하게 놓치지 않을 만큼만 등장한다.


밤이 되면 과일을 숨겨두는 소녀.

비극의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어머니.

평화로운 집 안을 끊임없이 맴도는 검은 개.


감독은 비극의 역사가 아니라 비극으로 경험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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