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어제의 영화 | 괴물(2023)

by EiY



괴물(202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안도 사쿠라



1. 소문은 가볍게 떠오르고 진실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영화는 한 걸스바 건물에 불이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확히는 걸스바 화재 장면은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세 차례 시작한다.

막이 시작할 때마다 영화는 관객에게 "진실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호리 선생은 걸스바에 다닐까?"

"손녀를 차로 친 사람은 교장일까?"

"호리 선생은 미나토를 때렸을까?"


세탁소에서 일하는 사오리는 이웃에게 아들 미나토 담임 호리 선생이 걸스바에 다닌다는 소문을 듣는다.

소문을 들은 사오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학대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 소문을 언급하며 호리 선생을 나무란다.


호리 선생은 동료 교사에게 손녀를 친 사고를 낸 진짜 범인은 교장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교장은 학교를 지키기 위해 호리 선생을 쫓아낸다. 교장에 대한 반감을 가진 호리 선생은 소문을 듣자마자 눈앞에 음식을 개걸스럽게 먹어치운다. 그는 교장에게 손녀를 죽인 것이 당신이냐고 추궁하며 감정을 쏟아낸다.


호리 선생은 미나토를 때리지 않았다. 관객은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진실과 무관하게 흘러간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걸까. 영화 속 어른들은 진실을 들추거나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정작 아이들은 진실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진실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2.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난다


"내 뇌는 돼지의 뇌랑 바뀌었어."


요리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다.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미나토가 평범한 가정을 꾸릴 때까지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미나토 역시 누구보다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다. 미나토는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요리와 미나토에게 평범함은 한순간에 폭력이 된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질문한다. "괴물은 누구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거야."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두 사람은 함께 태풍을 맞는다. 서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 모습이 어떤 모양인지는 상관없다.


영화의 마지막. 태풍이 지나고 맑은 들판을 달리는 두 아이는 누구보다 행복해보인다. 이전과 달리 들판 끝 기차 선로를 가로막던 철조망은 이제 없다. 아마 강한 폭풍우에 휩쓸려갔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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