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명가 수원삼성과 K리그의 엇갈린 운명

K리그 역대 최고 흥행과 수원삼성의 강등

by EiY

2023년 12월 2일 경기가 끝난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마지막 38 라운드에서 수원삼성 블루윙즈(수원삼성)가 강원FC에 무승부를 거두며 2023년 리그가 막을 내렸다. 이 경기의 결과로 K리그1 4회 우승, FA컵 5회 우승의 수원삼성은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라는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지난 9월, 현역 선수로 뛰고 있던 구단 레전드 염기훈을 감독 대행으로 앉히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결국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2014년 수원 삼성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며 구단 투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이른바 팬들 사이에서 "레알 삼성"(레알마드리드와 수원삼성의 합성어)으로 불렸던 수원삼성은 스타 선수 유출을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구단 지출액이 강등 수준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화려한 선수단으로 우승에 도전했던 기존의 팀 스타일을 새롭게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리얼 블루"(구단 출신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정책)로 대표되는 구단 프런트의 안일하고 방만한 운영이 구단의 내리막을 이끌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코치진을 포함한 구단 전체가 팬들 앞에 서서 미안함을 전했다.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이 마이크를 잡자 지난 몇 시즌 간 쌓여온 팬들의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이후 염기훈 감독 대행이 마이크를 잡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자 관중석에선 염기훈의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구단 프런트에 불만으로 욕설을 퍼붓던 팬들마저 팀을 위해 헌신한 레전드의 응원가를 열창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은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슈퍼매치로 대표되는 K리그 명가 FC서울, 수원삼성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K리그는 출범 이후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관중 122% 증가해서 K리그1 244만 7,147명과 K리그2 56만 4,362명을 합쳐 유료 관중 총 301만 1,509명을 달성했다. 리그 흥행에는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과 이강인, 김민재 등 스타 선수들의 해외 리그 활약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쿠팡플레이와의 파트너십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22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5년까지 쿠팡플레이와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독점 유료 중계권을 포함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후, 쿠팡플레이는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중계의 질적 향상을 이루고 프리뷰쇼 "쿠플픽"을 진행하여 K리그의 엔터테인먼트적 상품성을 크게 강화시켰다. 특히, 쿠팡플레이의 공격적 투자는 맨체스터시티, 파리생제르망 등 유럽 명문팀 초청 경기를 시작으로, 임영웅, 다나카 등 대세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새로운 승격팀 광주, 대전의 경기력과 울산의 리그 2연패 등 경기 내적인 재미가 함께 이어지면서 흥행은 리그 마지막까지 지속됐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는 왜 K리그를 선택했을까? 이는 쿠팡플레이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국내 OTT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한 쿠팡플레이는 쿠팡 "로켓와우" 회원을 기반으로 삼았다. 쇼핑 플랫폼인 쿠팡의 특성상 여성 고객 위주로 시청자층이 형성됐다. 따라서, 남성 위주의 스포츠 콘텐츠는 쿠팡플레이 신규 가입자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제로 2023년 8월, 국내 OTT앱 월간 실사용자수(MAU)가 티빙을 넘어서며 K리그와 쿠팡플레이 모두에게 윈-윈(win-win) 임을 입증했다.

이번 K리그 흥행 성공은 비교적 열악한 각 구단의 재정상황 등 리그 발전에 어려움을 겪던 K리그에 기회다. 리그 발전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때 구단에 투자한다. 과연 이번 흥행을 기점으로 K리그는 선순환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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