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부산의 거리만큼 벌어진 실무진과 정부 간의 괴리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12년 발매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곧 한국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165개국 중 29표를 얻으며,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전담 조직 규모를 4개 부서 70명으로 확대하여 유치에 열을 올렸다. 유치 막바지에는 국내 대기업 회장단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나서 전 세계 각지를 돌며 유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던 만큼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유치 실패의 아쉬움이 황당함과 실망감으로 바뀐 것은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현장에서 진행된 우리나라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의 마지막을 장식한 홍보 영상이 전해 지면서였다.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최종 PT는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5명의 연사가 차례로 20분가량 이어진 뒤, 33초 분량의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논란이 된 영상은 2012년 발매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함께 시작된다. 배우 이정재,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을 비롯한 여러 K-POP 아이돌 그룹이 연이어 등장해 유어 초이스(YOUR CHOICE), 온리 원 초이스(ONLY 1 CHOICE)를 외친다. 부산과의 연관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의미한 유명세만 강조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실제 부산 관련 장면은 약 9초 분량에 그친다. 특히, SNS에서는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과 함께”를 슬로건으로 한 사우디의 홍보 영상이 해당 영상과 함께 공유됐다. 미래 가치를 강조한 사우디와 달리,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이나 엑스포 개최지로서의 비전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홍보 영상의 논란과 큰 득표차 패배에 후폭풍이 이어졌다. 긍정적인 전망을 보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실무 담당자들은 이번 실패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실무진과 정부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부터 정부의 정보력과 외교력 부족에 대한 지적까지 이어졌다. 야당을 중심으로 홍보 영상 제작에 소요된 비용과 업체 선정 문제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가 예견된 결과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변함없다. 당초 후발주자로 참가한 부산이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를 뒤집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여 표를 얻는 사우디의 전략이 통했다. 33초의 영상이 성패를 결정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5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35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실패의 문제를 되짚어보고 수정해야 한다. 3년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공개한 홍보 영상 [Feel the Rhytm of Korea]은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이는 우리나라 영상 제작 능력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살펴보아야 한다. 일부 국민들은 이번 유치 실패에 대해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잼버리 사태와 같은 국제적 망신에 대한 우려였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우려.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그 조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