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0. 정보
연출: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에블린), 키 호이 콴(웨이먼드), 스테파니 수(조이), 제이미 리 커티스(디어드리)
장르: 액션, 코미디
배급: A24, 워터홀 컴퍼니
번역: 황석희
주요 수상: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1. 프롤로그(멀티버스)
근 몇 년 새 할리우드에서 자주 발견되는 몇 가지 소재가 있다. 상업영화의 본진인 할리우드이지 않은가. 대중이, 사회가 보기를 원하는 것, 즉 사회적 흐름(유행)이 있다면 그것을 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슷한 소재로 한 지나치게 많은 수의 영화나 책이 쏟아져 나온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그에 속하는 대표적인 소재가 바로 마블을 필두로 한 ‘멀티버스’이다.
그렇다. 영화를 보기 전 나는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보자마자 ‘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 생각을 비웃듯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는 이 영화가 무려 7관왕을 차지하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소재는 그런 것이다. 연결고리. 호기심이나 감각을 자극하는 것. 오히려 좋은 영화일수록 소재를 그저 매개로 활용하는 것 같다(때로는 전혀 이질적일수록 효과적인 듯하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소재에 담겨서든 보는 사람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 된다.
2. 에브리씽(Best Scene)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후반부 에블린이 조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딸의 여자친구를 소개한 후 이어지는 장면이다.
조부 투파키와 같은 존재가 된(수행을 통해 열반에 오르는 불교적 상상력이 느껴진다) 에블린이 조부 투파키의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고, 자신을 가뒀던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영화 초반부 끝내 딸의 연인을 친구라고 소개한 에블린에 크게 실망하고 가버리는 조이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모녀가 화해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조이는 다시 한번 뛰쳐나간다. 조이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들이 이 영화의 본질을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인생을 경험한 조부 투파키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모든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불변의 명제를 알고 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치열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살아갈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의 차이는 이 이유를 찾았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이는 조부 투파키에게 조종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조부 투파키 자신이며, 사실 에블린에게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을 기대고 있는 존재이다. 자신의 결론이 틀렸기를 간절히 바라는... 에블린은 엄마의 이름으로 그에 부응하려는 처절한 싸움을 펼친다.
생각해 보면, 모녀는 돌이 되어서야 가장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보다 무심한 적이 있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 가족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정함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누군가가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다정함. 누군가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
3. 에브리웨어(코미디)
재작년부터 나는 코미디라는 장르에 빠졌다. 아마 시작은 유튜브 “빠더너스”일 것이다. 2020년 수험생활에 지쳐있을 때 우연히 본 후, 완전히 매혹되어 열렬한 팬이 되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토드 필립스의 “행오버” 시리즈, 미국 드라마 “오피스” 같은 좋은 코미디의 바이블 같은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도 역시 좋은 코미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에에올은 수많은 멀티벌스를 코믹한 패러디로 풀어내며 웃음을 준다. 라따뚜이를 라따구리(데드풀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의 재치가 엿보인다)로 만들거나, 화양연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좋은 코미디에는 웃음 뒤에 여운을 남기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의 원리는 인간이 외형을 먼저 볼 수밖에 없는 시각 우선의 동물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 있다. 핫도그 손가락이 그들의 관계, 이야기, 마음보다 먼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웃는다. 그러나 핫도그 손가락을 백번 보여준다고 해서 계속 웃지는 않는다. 그럼 그 손가락과 웃음에 가려져 있던 다음의 것을 본다. 본다는 표현보단 느낀다는 표현이 옳겠다. 내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에에올은 정말 제멋대로인 영화이다. 어쩌면, '제멋대로'라는 말은 자기만의 멋이 있다는 말일지도?
4. 올 앳 원스(끝맺음)
최근에 인상 깊게 본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의 한 장면으로 맺고 싶다. 괴테 연구가로 알려진 전영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괴테의 글을 소개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두 가지. 날개와 뿌리. 날아갈 수 있는 꿈을 주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설 수 있게끔,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
-괴테의 노년의 지혜가 담긴 짧은 한 문장. Lieben bele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