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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Jul 09. 2016

친구의 호소문을 읽고...

학교를 관두고 좀체로 단체카톡을 하는 일이 없던 내게, 오랜만에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왔다. 대학 동기들 20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었다. 휴대폰을 분실하는 바람에 단톡방에서 빠져 있던 나를 친구가 다시 초대 받게 된 메시지는 "동기들아~~ 내 글 좀 읽어주라."였다.


대학에 다닐 때, 소설을 창작하는 소모임에서 활동을 하던 친구였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앗! 이 친구가 계속 글을 쓰고 있었나? 이 친구도 브런치 같은 것을 하나?'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궁금해서 클릭을 했더니 친구가 쓴 글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호소문이었다.


가끔 만날 때마다 '저렇게 빼빼마른 몸으로 두 아들을 키우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던 친구는 얼마 전, YTN 뉴스를 보게 되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견과류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이와 관련해 학교에서 사망을 하더라도 학교측에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는 기사였다.


기사 제목에는 '목숨각서'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가 포함되었고, 사람들은 이에 학교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아 놓았다. 댓글을 보고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된 친구는 각 지역교육청과 언론사, 관련 있는 기관에 보낼 호소문을 쓰게 된 거였다.


친구의 글은 "안녕하세요, 저는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로 시작했다.

http://blog.naver.com/myorange80/220756846759 블로그

http://naver.me/5oFoySTP


글에는 자신이 호소문을 쓰게 된 동기,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안내, 국가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 및 방법, 일반인들의 인식개선 필요성이 일목요연하게 구체적으로 들어앉아 있었다.


친구의 글을 읽기 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도 담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급식 먹는 것을 불편해 하는 아이들을 만났었지만, 그 때마다 당연히 소수의 아이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급식실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항원을 제외한 반찬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데...

글을 읽으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들대해 이렇게 생각을 바꾼다면, 우리는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의 글을 읽고, 대부분이 엄마이면서 현직교사인 동기들은

"그러게~ 이런 학생이 있으면 조금더 신경써서 봐줘야겠다~", "마음가짐이 확 달라지네. 내 일, 내 아이일, 내 친구 일이어야 체감이 되다니 나도 무심한 일반인이었음에 미안해진다. 관심갖고 대응할게."부터 시작해 급기야 "멋진 시민이다. 파이팅"까지...

응원의 메시지를 단톡방에 남겼다.


나는

"나도 네 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랑 밥 먹을 때 한 번씩 언급!!!"

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일단은 자세히 보는 연습을 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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