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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y 16. 2019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화장실을 손 붙잡고 가는 게 우정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에게 말 못 할 게 없는 사이여야 진짜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의 웨딩 촬영에 가서 축하, 기쁨, 부러움, 기대의 감정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 남자 친구를 정식으로 소개해 주지도 않는다며 친구를 비난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단하고 불안하던 마음을 시시콜콜 나누던 친구가 있다. 작년에 누구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낸 그 친구에게서 2개월 만에 전화가 왔다. 친구의 모든 짐을 함께 나누어질 수 없다는 걸 배운 나는, 모처럼 숨통 트이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후..."하고 긴 숨을 토했다. 바쁜 시기인데 언제 만나자고 콕 짚어 약속 날짜를 정하는 대신,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면 됐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 부끄러워서든 너무 소중해서든, 나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란 게 생기고..

너무 아파서 빨간색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마음이나 너무 기뻐서 줄줄 넘쳐 버릴 것 같은 마음도

때로는 혼자 담아내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게 다.


혹시라도 친구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비밀 이야기를 했을 때,

"그걸 지금껏 숨겨왔단 말이야? 배신자! 이제 너랑은 절교야!"

라고 말하는 대신


"그걸 어찌 지금껏 맘 속에 품고 살았누..  네 맘 한 자락 무게도 참 만만치가 않았겠구나.."

하며 등 한번 쓸어내려줄 친구가 정말 소중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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