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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r 03. 2017

끝이 곧 시작인 영화 <문라이트>

1부 리틀, 2부 샤이론, 3부 블랙으로 구성된 <문라이트>는 한 어린아이가 흑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1부 : 리틀

한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도망가다가 ‘후안’이라는 마약상의 창고로 숨어든다. 마침 창고에 들른 후안과 마주한 아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이름도, 사는 곳도 말하지 않는다. 후안은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하룻밤 재우고, 다음날 엄마에게 데려다 준다.


이날 이후, 아이는 종종 후안을 찾아간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싸움박질을 하는 대신 후안에게서 수영을 배우고 후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아이와 후안의 우정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 즈음, 아이의 엄마가 후안이 파는 마약을 복용하는 마약중독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2부 : 샤이론

어린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버팀목 같던 후안이 죽고 마약에 중독된 엄마가 더욱 피폐한 모습을 보이는 세계에서 리틀은 이제 샤이론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샤이론이 말하는 자신은 ‘너무 많이 울어서 때로는 눈물이 될 것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샤이론은 달빛 아래서 자신을 만져준 유일한 친구 케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나 샤이론을 괴롭히는 친구들의 요구에 의해 케빈이 샤이론에게 주먹질을 할 수밖에 없던 날, 눈물 가득한 소년은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샤이론은 케빈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했던 친구를 의자로 내려치고 경찰에 잡혀간다.


         

3부 : 블랙

샤이론은 많은 사람들의 편견에 들어맞는 흑인이 되었다. 감옥에 다녀오고, 마약을 팔고, 이에는 장식용 금이빨을 끼고 힙합을 들으며 흐느적거리는 흑인이 되었다.


그러나 단단한 근육의 블랙 안에는 한밤중에 걸려온 케빈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눈물이 그렁해지는 샤이론이 있다.

 


요리사가 된 케빈은 자신의 식당에 마약상이 되어 나타난 블랙에게 ‘이건 너 답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케빈이 달빛 아래서 자신을 만져준 후,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말하는 샤이론을 케빈이 다시 만져주면서 영화가 끝난다.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돼.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끝이 곧 시작인 영화다.

후안은 리틀에게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돼.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죽고, 엄마는 마약에 찌들어 있고, 주변 친구들로부터 끊임없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며 남자를 사랑하는 흑인남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리틀이나 샤이론에게 너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편견과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놀림을 받지 않고, 마약 중독을 치료하려 노력하는 엄마가 있고, 마약상의 모습은 너 답지 않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는 블랙은 선택해야 한다.

후안과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의 블랙으로 살아가다가 생을 마감할지, 문라이트처럼 슬프고 아프고 아름다운 샤이론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영화 <문라이트>는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돼.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 말이 우리 모두에게서 온전하게 작용하려면 인종, 성적 취향, 경제 환경 등에 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야 하는 지 보여준다.


※사진은 네이버 검색창에서 <문라이트>로 검색해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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