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 기본편
저번 글에선 대행사 근무 당시 느꼈던 점들을 적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대행사 인턴을 준비하거나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하시는 예비 마케터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합니다.
저는 2년 반 정도 대행사 마케터로 근무했고, 그중 3개월은 인턴으로 보냈습니다. 정확히 A회사에서 3개월 인턴을 하고, B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2년 3개월 근무를 했는데요. 저는 인턴으로 일했던 A회사의 정규직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습니다.
제가 인턴을 했을 때는 코로나로 지금만큼 불경기였고,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아 들어가기만 하면 다행이다, 라는 말이 들을 때였기에 주변 어른들이 일단 다니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도 제가 생각했던 ‘마케터’를 이 회사에서는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제안을 거절했는데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인턴 회사를 회사 사이트 기반으로 말씀드리면 검색광고 대행사로,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등 구글을 제외한 여러 검색광고 매체를 운영해 주는 회사였습니다.
저는 거기서 광고 매체 세팅 및 검색어 입찰, 보고서 작성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업무는 회사 전체 인원 중 저를 포함한 3명이 담당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회사 전체 계정의 광고 매체 세팅, 검색어 입찰, 보고서 작성” 업무를 하는 사람이 회사에 3명밖에 없었다는 소리입니다.
그럼 나머지 직원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참고로 이 회사 직원은 100명이 넘었습니다. 인사팀, 회계팀 등을 제외하고 약 70명 정도 되는 인원은 모두 콜영업을 했습니다.
콜영업이 무엇이냐,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콜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르는 업체에 전화해 지금 업체의 계정이 어떤 문제점이 있고, 우리는 어떤 식으로 더 개선해 줄 수 있고, 페이백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 설득해 계정을 가져옵니다.
그렇게 가져온 계정이 개인 실적이 되고, 기본급에 일정 비율로 돈이 플러스 되는 구조입니다.
날마다 전화한 횟수와 성공 개수를 단톡방에 올려 누가 몇 개를 했는지 비교하고, 목표만큼 달성하지 못한 직원은 따로 면담이 들어갔습니다.
그럼 가져온 계정 관리를 영업하신 분들이 직접 하시냐? 아닙니다.
그럼 저를 포함한 3명의 마케터가 하느냐? 아니오. 70분이 가져오신 그 많은 계정을 다 처리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가져온 계정은 누가 관리하나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그냥 방치인 거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충격적이게도 그랬습니다. 저를 포함한 3명이 관리하는 업체는 회사에서 큰 매출을 차지하는 3-4개 일부였고, 나머지는 개인 영업직분들이 담당해야 했습니다. 리소스가 부족하신 분들을 대신해 가끔 초기 세팅을 도와드리기는 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고, 정말 일회성 초기 세팅이였기에 영업직 분들이 담당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 영업직 분들이 하신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하나 그러기 쉽지 않았습니다.
영업직 분들은 하루에 채워야 하는 콜양이 있었기 때문에, 담당 계정을 퇴근하고 보셔야 했고 애초에 마케터보다는 영업직으로 입사하셨기에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계정 관리 때문에 야근하시는 분들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피이관 가면 그냥 영업 하나 더 하지 뭐, 이런 마인드였고, 애초에 가져오는 것들이 자잘한 소액 계정들이라 매출만 채우고 피이관가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마인드의 영업 구조였습니다.
물론 모든 영업을 하는 대행사가 이런 구조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영업은 대행사에서 필수이며, 가져온 계정들을 잘 운영하는 회사도 정말 많습니다. 그저 제가 근무했던 회사의 구조가 영업 위주였으며, 푸시하는 환경 속에서 담당 계정 관리에 힘을 싣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케팅을 해준다는 대행사를 가장한 영업만 하는 회사라는 게 문제였던 것이죠.
정규직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대행사 툴만 갖춘 영업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업”이 아닌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거든요.
영업 회사였다, 라고 비난 아닌 비난을 했지만 이 회사에서 얻은 점도 많았습니다. 3가지로 분류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잘 배웠습니다.
담당 업체에 나가는 보고서를 일별, 주별, 월별로 작성하다 보니 보고서 쓰는 실력이 늘었습니다. 보고서라는 게 회사의 기본이고, 데이터를 보는 마케터 입장에서 중요한 영역이기에 가장 기본을 깨우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고서를 많이 쓰다 보니 엑셀 함수도 많이 배웠습니다. 컴활과 같은 엑셀 자격증을 따도 함수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기에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기 쉬운데요. 보고서를 매일 쓰면서 여러 함수식을 쓰다 보니 엑셀을 잘 사용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이론으로만 배운 광고 매체를 직접 세팅하고 다루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무에 나가보면 알게 되시겠지만 이론과 실무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혹은 ‘책에서 배운 내용이 이런 말이구나’, 하며 깨닫는 부분도 많습니다.
우리가 실무에 나가보면 다르다는 말을 주변 선배들을 통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인턴을 하시게 되면 여러분들도 같은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인턴을 한 회사 욕(?을 많이 했지만 이 회사 덕분에 저는 좋은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무 환경을 체험했고, 이를 녹여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만들었습니다.
4년 대학 활동들을 다 밀어내고, 저의 자기소개서 1번을 채워줬다는 것은 인턴 생활이 취업과 밀접한 경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영업 위주에 회사였지만 그 안에 분명 배울 점이 있고, 주워듣는 것도 많기 때문에 지식은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에 쌓여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는 쓰기 나름입니다. 이야기가 새는 거 같지만... 인턴에서 뭘 느꼈고 그래서 이걸 지원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녹일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런 재료를 만들어 준 인턴 경험에 매우 감사함을 느낍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팁은 추후에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부재: 모든 인턴 지원자분들이 제발제발 봤으면 좋겠습니다.
채용 공고를 꼼꼼히 봐주세요. 채용공고와 실제 업무가 다른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그래도 꼭꼭 꼼꼼히 읽어주세요.
채용 공고 제목에 ‘마케터’가 붙어도 업무는 정말 정말 다양합니다. 같은 직무인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AE라고 적혀 있어도 회사마다 정의하고 배정하는 업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꼭 “업무 내용”을 상세하게 봐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인턴을 구하시는 분들은 아직 채용 공고가 익숙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다 같은 내용이라고 느껴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정말 간단한 채용 공고 읽는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채용 공고 사이트에서 임의의 공고를 하나 뽑아왔습니다. 여기서 업무 내용 맨 첫 번째 줄을 봐주시면 좋습니다. 대부분 첫 줄에 올라온 업무는 지원자가 메인으로 하게 될 혹은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가장 바라는 업무를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고 첫 문장을 보시면,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온라인 광고 영업’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포지션은 마케터를 뽑는 공고지만, 메인은 새로운 광고주를 발굴하기 위한 영업이 될 수 있겠네요.
다음 문장을 보겠습니다. ‘광고효과 분석 및 광고 관리 운영 제안’ 광고 매체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이유를 찾고,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을지 ‘제안’을 하겠네요. 제안하기 위해서는 제안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그 제안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세 번째, ‘광고주 커뮤니케이션 및 매체 운영’ 두 번째 문장과 비슷한 내용이 될 거 같습니다. 광고 매체를 운영하고 광고주에게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자격 요건을 볼까요?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 첫 번째 자격 요건을 보고 예상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앞서 설명한 새로운 광고주를 발굴하는 영업과 광고주 커뮤니케이션을 전화로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커뮤케이션 능력이 원활한 분, 이건 영업과 설득을 해야 하니까 당연한 부분이 될 거 같네요.
공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직무는 마케터이지만, 새로운 광고주를 발견하기 위한 영업이 메인 업무가 될 것이며 광고주들을 잘 데리고 있기 위해 광고 매체를 운영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영업은 전화를 통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건 공고를 통해 제가 분석하는 것이기에 실제 업무와 100%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류 지원 과정에서 저희가 지원할 포지션 업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알 수 있는 곳은 ‘공고’입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전체 문장들의 연결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셔야 합니다.
지원하는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회사가 돈을 벌고 있는 수단은 곧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대행사’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결이 다르고 다양하니 해당 부분을 잘 알아보고 가셔야 합니다.
제가 인턴을 했던 회사는 자사를 ‘검색광고 대행사’라고 소개했지만, 실상은 영업을 통해 매출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단순히 ‘대행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대행사’라고 보시면 안 됩니다.
회사의 성향을 파악해야하고, 어떤 곳에서 주요 매출이 나오고 있는지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 아래 4가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1. 사업보고서
2. 회사 사이트&회사 소개서
3. 구글에 ‘광고회사 현황조사’ 검색 (’대행사 순위’ 검색)
4. 구글에 ‘해당 회사명’ 검색
1번 사업보고서는 DART라는 사이트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사이트 링크: DART 사이트)
사이트로 들어가셔서 회사명을 검색하시면, 여러 보고서 중에 ‘사업 보고서’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사업의 내용’에 들어가주세요. 항목 중 ‘사업의 개요’를 보면 해당 회사가 어떻게 매출을 내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3년치 매출도 보시면 좋지만, 너무 딥한 부분이라 패스하겠습니다)
* 순서: DART 사이트 → 회사명 검색 → 사업보고서 → 사업의 내용 → 사업의 개요
두 번째 회사 사이트와 회사소개서를 확인합니다.
채용 공고에 적혀있는 회사 소개뿐만 아니라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여 정보를 얻는 게 좋습니다.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대행사에서 진행한 여러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회사에서 어떤 것을 해냈고 수익을 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공했다는 건 해당 영역에 강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이 회사의 매출과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사이트 내에 첨부되어 있는 ‘회사소개서’를 자세하게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회사소개서는 “우리 회사가 이만큼 잘해요”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다른 회사에 제안할 때 사용하는 대표 자료로, 자사에서 가장 잘하고 또 성공한 내용들을 축약해서 담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이 회사가 주로 어떤 것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세 번째 구글에 ‘광고회사 현황조사’ 검색하시면 아래 그림처럼 광고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나옵니다. 해당 링크를 타고 들어가셔서 ctr+F를 누르시고 회사명을 검색해 주세요. 그러면 아래 그림처럼 사업영역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만약 해당 사이트에서 원하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면, ‘대행사 순위’ 등의 검색어를 통해 자료를 얻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사명을 구글에 검색하기’입니다. 이때 단순히 회사명을 쳐보는 것도 좋지만, 면접 후기, 서류 후기, 인턴후기, 근무후기 등을 추가로 검색해 보시면 괜찮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잡플래닛, 블라인드는 실무에 있는 현직자들의 커뮤니티입니다. 해당 커뮤니티는 소속 회사 인증을 해야 가입이 가능하며, 여러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 회사의 리뷰를 남겨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들과 다르게 리뷰를 통해 밖에서는 알 수 없는 회사 내부 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 분위기, 실제 업무와 강도, 조직 체계, 복지 등 회사 소개서에서 포장된 내용이 아닌 정말 날 것(?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인턴을 구하시는 비실무자분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계신 직장인분들에게(부모님 포함) 부탁드려서 지원 회사를 확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만약 주변에 요청드릴 분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회사 ‘평점’만이라도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가입하지 않고 회사명만 쳐도 확인이 가능한데요. 검색한 회사의 평점이 3점 미만인 곳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평점이라는 게 매우 주관적일 수 있으나 평균적으로 3점 미만은 많은 분들이 낮은 점수를 주신 거고, 많은 분이 그런 점수를 주신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불경기에 회사 들어가기만 하면 성공인 게 요즘 시장 근황이지만, 그럼에도 가능하면 큰 회사에 들어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 인턴, 신입분들은 큰 회사에서 배우셨으면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일의 체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규모가 있는 회사는 안정적인 조직 구조를 갖추고, 업무의 체계가 분명한 편입니다. 그래서 교육부터 인수인계까지 가이드가 있는데요. 그런 곳에서 처음을 배우시면 업무를 빠르게 배우실 수 있습니다. 체계가 없는 곳에서는 물어볼 사람을 찾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는 반면, 큰 회사들은 이미 여러분들의 질문의 답을 문서로 정리해 놓았을 겁니다. 그러면 굳이 사수에게 눈치 보며 여쭤볼 필요 없고, 여러 문서를 읽으면서 지식을 더 쌓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상사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