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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Sep 24. 2017

덴마크 자유학교에서의 하루

덴마크 자유학교에서의 하루

덴마크 자유학교에서의 하루는 아침 8시에 시작을 합니다. 주말에는 10시까지 늦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아침식사는 8시부터 8시 30분까지 30분인데 매일 아침 식사는 하루도 변함없이 똑같은 메뉴입니다. 식당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빵과 버터이고, 그 옆으로 요구르트와 여러 종류의 시리얼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국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덴마크 요구르트 브랜드를 하고 있는 요구르트와는 맛이 다릅니다. 지극히 평범한 맛입니다. 오트밀과 과일도 늘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치즈와 잼들도 항상 같은 자리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에는 약간의 즐거움이 함께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음식 이야기는 할 이야기가 많아서 따로 길게 넋두리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은 아니고 점심인것 같아요. ㅡ,.ㅡ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은 그냥 건너뛰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곳에 와서는 잘 챙겨 먹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과 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늦잠을 자는 경우는 아침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던 버터와 커피도 아침마다 만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주는 장점들이 이전에 경계했던 것들에 대해서 경계의 문을 조금 낮추는 기회를 줍니다.
 

아침을 먹으면서는 짧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데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뒤적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덴마크어 신문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큰 사건의 경우는 그 전날 영문 기사를 보는 약간의 사정을 아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아주 가끔은 신문 헤드라인에 있는 내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묻고는 합니다. 보통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자신 의견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답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구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아침 식사자리에서 짧은 토론의 자리가 마련됩니다.

가디언지에 실린 한국의 뉴스 (ㅠ.ㅠ)


아침식사를 마치면 작은 홀에 모여서 아침조회(Morning assembly)를 시작합니다. 노래 책을 하나씩 가지고 줄을 맞춰서 의자에  앉습니다. 아침조회의 시작과 끝은 늘 노래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노래책 안에는 덴마크 전통 노래뿐 아니라 최근의 노래도 있고 영어로 된 팝송과 북유럽 다른 국가의 노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래 선곡은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피아노 반주를 하는 교장선생님의 몫입니다. 노래책은 찬송가를 모아놓은 것과 생김새는 꼭 같습니다.

이 노래 책을 한 권씩 찾아서 들고 노래를 함께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교장선생님 이야기로는 노래책을 만드는 위원회가 따로 있어서 음악 선생님들이 모여서 몇 년에 한 번씩 노래책의 선곡을 다시 한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서 그 노래를 노래책에 담기 위해서 위원회에 참석을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가사의 뜻을 모르는 덴마크 노래지만 멜로디가 좋은 노래는 유튜브에서 다시 들어보기도 합니다. Kim Larsen이라는 가수의 Papirsklip (Paper Cutting)이라는 곡이 있는데 처음 듣자마자 반 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교장선생님이 노래책에 곡번호를 불러주고 반주와 함께 학생 모두가 노래를 합창합니다. 모르는 노래는 교장선생님의 선창으로 노래를 함께 배웁니다.  왜 노래로 시작하는지 물었더니 옆에 친구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이 '어 그냥 함께 하는 거야' (Just be together)’라고 합니다. 아침마다 함께 만들어내는 하나의 목소리를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드는 비밀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침마다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에 있는 이전 직장에 동료에게 매주 월요일에 주간회의 시작 전에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실천해야 할 일중에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출석 확인을 합니다. 지난밤에 이야기가 길어져서 늦잠을 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이 방에 가서 깨워서 불러오기도 합니다. 몸이 아픈 친구들은 룸메이트가 미리 노트를 남깁니다. 출석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는 교장선생님의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월요일에는 한 주의 일정을 대략적으로 공유하고 보통은 그 날 그 날 일과에 대해서 공유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유발언 시간이 이어집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누구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오후 4시에 작은 홀에 댄싱 연습이 있을 예정인데 함께 할 사람은 같이 했으면 하는 내용이나 어제 음악 소리가 커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는 내용 등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자유발언이 끝나면 아침 조회를 마무리하는 노래를 하고 의자를 한 곳으로 정리를 한 다음 청소를 시작합니다.

학교 시설을 관리하는 분은 따로 있지만 학교 청소는 전적으로 매일 학생들의 몫입니다. 그룹별로 청소구역이 나뉘어있고, 그 그룹 안에서 개인별로 다시 또 청소 구역을 나눕니다. 청소하기 힘든 곳을 계속 청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제가 속해있는 그룹은 2주에 한 번씩 청소 구역을 바꿨습니다. 다른 그룹은 회전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 문제도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맡은 청소 구역은 기다란 복도였습니다. 학교에 처음 와서 그다음 날에 선생님들이 직접 청소 도구를 가지고 청소하는 방법에 대한 시범을 보였습니다. 변기 청소를 위해서 책상 위에는 실제 변기가 올라와 있고 변기 청소에 알맞은 걸레와 세제를 친절하게 색깔로 짝을 지워서 설명을 해 줬습니다.

화장실의 변기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 설명을 하고 있는 선생님


화장실을 청소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남자 화장실만 드나들면서 청소를 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화장실이건 여자화장실이건 상관없이 청소를 하는 모습이 특이했습니다. 가끔 여자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친구들을 보고는 혼자만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보통 청소에 빠지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중에 그룹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자기 맡은 구역의 청소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말끔하게 처리를 합니다. 스피커가 가깝게 있는 경우는 비트가 강한 음악으로 청소의 흥을 돋우기도 합니다.

가을학기 첫 1주일 시간표입니다.

청소는 매일 30분씩 하고 청소가 끝나면 바로 각자의 수업에 따라 교실로 이동을 합니다. 요일에 따라서 메인 수업을 하는 날과 선택수업이 있는 날이 다릅니다. 오전 수업은 보통 12:30분까지 이어지고 그때부터는 점심시간입니다. 오후 수업은 2시부터라서 점심식사도 충분히 여유롭게 할 수 있고 수업에 관련된 이야기나 다른 이야기들도 식사 후에 충분히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학교 주변을 짧게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데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정도가 하루 일과에 포함된 수업 시간의 전부입니다. 4시 혹은 4시 30분이면 수업과 관련된 하루 일정을 끝맺음합니다. 6시 저녁식사 전에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깁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릅니다. 시간을 쭉 펼쳐놓고 보면 여유롭기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생기는 팀 프로젝트나 개인 프로젝트 때문에 자유시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은 룸메이트나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합니다. 날마다 얼굴을 보고 같이 먹고 자고 하는데도 함께 나눌 이야기가 끝이 없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녁식사는 6시에 시작을 합니다. 다시 한번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거나 작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그 자리에 앉아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다른 장소를 찾아서 모이기도 합니다. 점심식사도 그렇고 저녁식사도 식사를 마무리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접시 하나에 음식을 담아서 먹고 배가 고픈 친구들은 2번 3번 접시를 채웠다가 비웁니다. 저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번 이상 먹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 때까지는 다시 자유시간입니다. 월요일 8시에는 교장선생님이 진행하는 합창이 있고 화요일에는 외부에서 스피커를 초청해서 진행하는 크로어룹 카페가 있습니다. 합창과 크로어룹 카페 모두 보통은 8시에 시작해서 10시 정도에 마무리를 합니다. 저녁식사가 끝나서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경우에는 또 다양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영화를 보는 친구들도 있고 벽난로 근처에서 보드 게임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무슨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옹기종기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부터는 나이트 박스에 음악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생긴 모습만 보면 언더그라운드 클럽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벽 사방에는 그라피티들이 있고 한쪽에는 푸스볼이 놓여있습니다. 보통은 아주 강한 댄스음악과 함께 늦은 밤까지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고 하는 공간입니다. 나이트 박스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항상 그 장소에 모이는데 매주 수요일에는 퀴즈쇼가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전날 나이트 박스에서 무리를 하는 친구들은 종종 아침 조회에 출석을 부를 때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친구들이 방을 찾아서 깨우기도 합니다. 


제가 가진 한국인의 시간을 가지고 하루 시간표를 놓고 보면 수업 시간을 앞뒤로 해서 여유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데 크게 분류를 나눈다면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주로 도서관에 모이 거나 각자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덴마크 친구들의 경우는 어디에서건 서로 같이 모여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을 때는 북유럽 특유의 짧은 해 때문에 밤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아침에 일어나도 오후 같은 모습에 적응하느라 약간 힘이 들었습니다. 덴마크 날씨는 덴마크 친구들도 같이 불평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다 함께 노래로 시작을 하는 아침, 메뉴를 항상 기대하게 만드는 점심, 그리고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시간이 있습니다. 덴마크 자유학교의 하루는 끊임없이 함께하는 대화의 연속입니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서의 삶 (Life at a Folkehøjskole) | The Danish Folkehøjskole 에서 발췌

학교에서의 삶이 일상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폴케호이스콜레 장기 코스의 특징일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가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각 개인은 ‘한 사람’으로 떠오르게 된다. 즉 정해진 역할 뒤에 숨을 수 없다. 그는 첫 대면을 통해 상대방을 평가 내리는 것이 항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사회적 배경, 나이, 지역에서 온 사람이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자원이나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는 이러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매우 소극적 혹은 적극적이거나, 너무 진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는 이 모든 상황 속의 ‘자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의미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머문다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의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 회의에서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사회 활동들을 결정한다. 아침 회의를 진행하는 학교들이 꽤 많다. 아침 회의를 통해 각 개인은 하루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된다. 합창, 스포츠, 오토바이 여행, 새로운 친구, 로맨스 혹은 결별, 심야에 걸쳐 이어지는 토론,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짧게 설명하자면 다른 곳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사회 활동이 일어난다. 앞서 설명한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일주일 안에 일어나고는 한다. 그렇다. 폴케호이스콜레의 일주일은 매우 매우 바쁘다. 한 학생은 이렇게 설명했다.

쉴 틈이 없다. 폴케호이스콜레의 나날들을 돌이켜보니 이 느낌이 처음 들었다. 이는 부정적인 느낌이 전혀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폴케호이스콜레에 살고 같이 일하면 항상 무언가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교과목이나 사회 활동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에 항상 집중하고 있었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서의 나날은 굉장히 사회적이다. 단순히 ‘사회적’ 그 이상의 것이다. 나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 관용 그리고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배웠다. 가면 뒤에 있는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 것이 아마도 폴케호이스콜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24시간 동안 같이 살고, 일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 그 가면이 떨어지게끔 한다. 그때 당신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알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가끔 나는 굉장히 발가벗겨지고 약한 느낌이 들고는 했다.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나는 나 자신으로 있어도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교육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운 마음에 진정한 나 자신을 보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표면적인 모습 외에 나에 대해서 알게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머물고 나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을 때든 나쁠 때든 그저 나 자신을 그 자체를 보이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나면, 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그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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