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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Jun 14. 2023

교양은 어떻게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가?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독일에서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에어치훙(Erziehung)’이고 다른 하나는 ‘빌둥(Bildung)’이다. 독일인들은 빌둥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의 의미로 빌둥을 사용하는 것이다. 빌둥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쌓아나간다’는 의미가 강하다. '형성'에 가까운 의미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교양(Bildung)'을 의미한다. 

'교양'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언어가 지배하는 사고는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교육 철학 개념이 일본을 거쳐서 '교양'이라는 단어로 소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학적 개념으로는 '도야'의 개념에도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영어로 문화(Culture)를 뜻하는 단어의 본디 의미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자기 형성의 관점을 설명하는 단어로 덴마크에는 '단엘세(Dannels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에서 단어의 의미를 여러번 짚고 넘어간 이유는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을 소개하는 책으로 제목이 독일어인 '빌둥'인데 그 개념이 우리가 아는 '교양'으로 이해해서는 이 책을 좁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독일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글쓴이는 불완전한 삶의 방향을 찾은 '마법의 주문'으로 빌둥, 즉 교양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생각의 기둥을 소개한다. 본질의 발견을 위한 고대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을 깨우는 법으로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만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방법으로는 미술을,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방법으로는 과학과 철학을 강조한다. 음악은 우리의 영혼에 자유를 찾게 해주고, 역사는 삶에 깊이를 부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삶을 더욱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 주는 주제들이 앞서 설명한 내용들이며 그 의미들을 다시 한 번 짚어 주고 있다. 예술이나 역사에 쓸모의 의미를 찾는다면 글쓴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다만, 글쓴이가 소개하는 다양한 '교양'의 기둥을 경험하는 동안은 잠깐 다시 '교양'이 가져다 주는 어려움, 무거움, 지루함이 잠시 찾아들 수 있다. 마법의 주문이 잠시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글쓴이가 설명하는 내용을 따라가 보면 좋겠다. 가장 마지막에서야 '양은 어떻게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가?' 라는 질문으로 책을 맺음을 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불완전한 삶에서 방향을 찾고 탐색 하기 위해서 형성의 과정으로 다양한 방법을 살펴봤다면 그런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글쓴이가 답을 한다.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호기심이 필요하고, 자신을 지독히 홀로 두는 방법으로는 독서와 탐닉을 권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저항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으며,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부터의 자극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 감탄과 감동을 강조하고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과 관련 있는 교양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앞으로도 완전한 어른이 되지 말라고 가르친다. 교양은 우리 시야를 넓혀주면서 자신이 사는 세상과 자신만의 세계관의 갇힌 이들의 영혼을 해방해 준다. 하지만 그것이 통찰력과 분별력이 있는 혹은 비판적으로 사고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교양을 갖춘 사람은 결코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대한 이야기와 사상을 접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는 순진해야 하고, 단순해야 함을 강조한다. 


교양은 어떻게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가?

글쓴이는 교양을 갖춘다고 해서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교양은 우리가 옹졸하거나 독단적인 사람이 되는 일은 막아준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교양은 이미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수사적인 표현으로 교양을 갖추었다는 말은, 좋은 영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우리를 돕게끔 만드는 마법의 주문을 안다는 뜻이라고 한다. 


교양은 낯선 대상, 과거, 애써 찾지 않았다면 마주칠 계기가 없는 사상, 우리를 자극하는 세계관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생각에 눈을 뜨게 하는것이다. 현대 교육을 잘 받았을지라도, 정신적으로 깨어 있거나 공감 능력을 저절로 기를 수 없다. 교양은 공감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대상과 일정 거리를 두게도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유행이나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만 하는 혹은 대안이 없다고 주장만 하는 현실에 거리감을 말한다. 이것이 교양이 선물하는 내면의 자유이다. 


글쓴이는 글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교양은 '우리'를 존중하는 한편, 개별적인 선호와 열정, 호기심을 가진 '나'를 보살핀다고 했다. 교양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주변에 적응해 버린 익명의 '누군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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