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폴란드 아이들에게 맞았다

어디까지가 문화차이일까

by 늦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그날따라 길이 막혀서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던 날.


학교로 들어서는데, 첫째가 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 있는 놀이터는 어린아이들이 노는 영역과, 조금 더 큰 아이들이 노는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큰 아이들이 노는 영역에는 작은 언덕이 있다. 첫째는 그 언덕에 앉아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냥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며 펑펑 울고 있는데, 이제까지 한국에서도 폴란드에서도 유치원에서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바로 아이에게 다가가서 안아 올리니, 아이는 폴란드 아이 세 명이 자기를 물통 같은 것으로 여러 번 때렸다고 했다. 아이는 혼자 그 언덕에 앉아서 흙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세 명이 와서 언덕에서 비키라고 했고, 비키지 않자 자기를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언덕 위에서 첫째를 안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와중에, 그 세 명이 다시 언덕 위로 올라오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우리 아이가 만든 것을 발로 부숴버리는 게 아닌가. 우리 아이는 그것을 보고 다시 뒤집어졌다. 그 시점에서 나도 침착함을 잃었다. 그 세명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냐, 당장 사과하라" 소리 질렀다. 그제야 선생님 중 한 명이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나는 머리를 거치지 않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영어로 소리쳤다. "저 세 명이 우리 아이를 때리고, 아이가 만든 것을 부수었다. 선생님들은 이제까지 뭐 하고 있었다. 아이가 혼자 울고 있었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냐". 문법에 맞는지 아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계속 우는 첫째를 안아 들고 둘째를 찾으러 어린이들이 노는 놀이터로 가니, 둘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놀고 있었다. 그제야 잠시 자리를 비웠던 첫째의 담임선생님이 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고, 그 세명을 찾아 대충 사과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 첫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듣고 나는 밤새 화를 억누르며 학교에 보낼 장문의 메시지를 gpt와 함께 썼다. 내가 심각하게 생각한 부분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세 명이 한 명을 공격했다는 것. 두 번째는 주먹이 아닌 물통을 사용했고, 그 물통 안에 돌이 들어있었다는 것, 세 번째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그 주변에 있던 선생님이 아무도 몰랐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 당시 학교에서는 교내 폭력상황이 발생할 시 규정에 대해 모든 부모의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그 규정대로 처리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이었다면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라도 받았을 텐데, 이미 밤이 되었고 폴란드에서 병원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서 병원에도 못 갔다.


다음날 담임은 자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가해자 측 3명이 모두 9월 새 학기에 입학한 아이들이고 한 명은 우리 아이보다 1살 위, 나머지는 1살 아래이다. 그중 2명은 형제이고, 우리 아이 이전에 다른 폴란드 아이를 때린 적이 또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형제의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사실로 밝혀졌으며, 또 다른 한 명의 부모를 학교로 불러 교감과 상담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교감도 장문의 메시지를 나에게 보내며 교사들이 부주의했고 학교의 책임임을 확실히 했다. 아이들의 트라우마 방지를 위해 심리상담을 하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첫째가 그 일을 잊고 지내는 것 같아서 나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유치원에서 그 세명을 볼 때마다 쟤는 나쁜 아이라고 내게 말했고, 그중에 한 명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지만 우리 아이는 참석을 거부했다.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너무 미안해해서 더 follw up 하는 게 미안하게 느껴져서 더 이상 강하게 학교 측에 push를 하지 못했다. 마침 한국에 비자를 받으러 가야 해서 나는 그 준비로 정신이 팔려서 학교에 그 후에 follow up을 더 열심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월이 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방학기간 동안 선생님들이 교대로 휴가를 써서 다른 반과 같이 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가해자 아이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우리 아이가 어려움을 토로한 게 지난주였다. 그 아이들이 주변에 있어서 신경이 쓰이고 그 아이들은 나쁜 아이인데, 자기 친구들이 그 아이들과 논다면서 속상함을 표시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담임에게 아이의 이런 마음을 전달했다. '그 아이들과 같은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마음이 힘들어하고, 그 당시 학교에서 흐지부지하게 넘긴 이후에 우리 아이가 정식으로 사과를 받지 못했기에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에 그 일이 종결이 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담임은 우리 아이가 이미 자기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아이가 그런 마음인 줄 몰랐다고 하며 그 세명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지 우리 아이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고 다행히 그 아이들 세명 중 두 명은 그때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도 우리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아이들은 사과를 하고, 우리 아이는 사과를 받아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과연 어떻게 처리가 되었을까? 우리 아이의 담임은 폴란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과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었던 다른 부모들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모두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에 마음고생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 이 학교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문화차이로 봐야 하는 걸까. 당시에 학교에 CCTV를 요청했지만 찾아보고 있다고만 말하며 그 가해자 부모와 상담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나에게 공유가 없었고, 폭력상황 발생 시 처리 규정에 따라 처리되었는지도 알 수 없고, 교감이 이야기한 상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내가 너무 많이 학교에 연락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더 자주, 더 귀찮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아이가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아 내 마음에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


엄마가 된 지 만 5년인데, 아직도 내 아이를 지키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구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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