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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pr 06. 2021

6개월 아기, 어린이집 갈 뻔하다

퇴사를 결정하다

육아휴직 중인 계약직인 나의 계약 만료기간은 6월 말. 재계약을 한다면 7월부터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사실 작년 6월 말, 임신 중인 나의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계약을 연장하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놓지 않는다면, 필요할 때 입소가 어렵다고 해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6월로 대기를 걸어놓았었다.


그런데, 2월 중순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온 것이 아닌가.


사실 처음 전화가 왔던 것은 아기가 100일도 안되었던 작년 11월이었다. 그때는 어린이집 전화를 받지 못해서 몇 시간 후 콜백을 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미 기회는 날아가 있었다.


이번에는 너무나 고민이 되었다. 3월이 보통 어린이집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6월에 자리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전화를 받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3월에 만 6개월이 되는 우리 아기는 아직 누워있거나 뒤집어 있기만 하는데... 혹시나 기회를 놓칠까 봐, 우선은 아기를 입소시키는 것으로 결정하고 원장님께 급하게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기회는 남아있었다.


우선 아기를 어린이집에 입소시키기로 했지만,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는 복직 전까지 하루에 1시간 정도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시간을 늘려가며 적응기를 가지면 된다고 했다. 하루 1시간만 개인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잠시라도 쉴 수 있어 좋은 기회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기의 세 돌까지는 애착 형성기이기 때문에 가정보육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었다. 또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가 너무나 두려웠다. 우리 아기는 잠투정이 심한테, 혼자 울다가 구석에서 잠드는 것은 아닌지. 이유식 먹다가 꼭 응가를 하는데 혹시나 미움을 받지는 않을지.  내가 사랑하는 내 아기 보는 것도 힘이 드는데, 한 명의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기를 보려면 얼마나 힘이 드실까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이 약한 6개월 아기를 집단활동에 노출하는 것이 두려웠다. 


당장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면, 6월에 자리가 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편과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기가 세돌이 되기 전까지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고 가정보육을 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20분 거리에 사시는 부모님께 아기를 부탁드리기에는 너무나 염치가 없었다. 내가 하루 종일 돌보기에도 쉽지 않고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인데, 60대 중반인 두 분은 이미 치매이신 할머니 케어로 지치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신 상태이다.


그렇다면 남편과 나, 둘 중에 한 명이 아기를 봐야 한다. 남편은 기꺼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했지만, 육아휴직을 쓰면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 (이직 준비 중)라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남편이 나보다 급여가 높고 정규직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생각만 해도 악몽에 시달렸기 때문에, 결국 이렇게 나의 퇴사는 결정되었다.


나의 퇴사를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나의 경력이 이렇게 단절되는 것에 너무나 안타까워하신다. 두 분이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우리 부부의 퇴근 전까지 봐주겠다고 하시지만 나의 경력을 위해,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동시에 부모님께 감당 불가능한 부담을 드릴 수는 없다. 한 여성의 커리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여성의, 보통 친정어머니의, 희생이 필요로 한 게 현실이다.


나의 퇴사로 인해, 우리 가정은 외벌이가 되고, 남편의 경제적인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이 많이 미안하다. 퇴사를 결정하기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기를 한 명 더 낳는 것을 고민 중이기 때문에 아기 둘을 외벌이로 키우는 것이 가능할지 많이 고민을 했다. 하지만 우선 한 명이라도 잘 키우고 싶은 것이 지금의 마음이다. 가족계획은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나의 경력은 '그 끈을 놓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든 다시 길이 있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사실 지금까지 일을 하며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 직장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었다면, 만약 임신 기간에도 피할 수 없던 늦은 밤 회의나 콘퍼런스가 없고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가 보장되었다면, 상황이 좀 달랐을 수 있을 것이다. 


퇴사를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회사에 연락을 하지 못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는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기도 하다. 또 나의 커리어를 단절하는 이메일을 써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번 주까지는 꼭 마음을 다잡고 이메일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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