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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pr 05. 2021

내 아이가 마음껏 숨 쉴 수있는 세상을 꿈꾸다

봄이 한창이다.

쌀쌀했던 날씨가 서서히 물러가고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지난겨울 동안 아기와 집안에서만 생활하다가, 봄바람을 맞으러 밖에 나가고 싶어 진다. 주섬주섬 아기 옷을 챙기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오늘의 미세먼지 정도!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시야가 뿌옇게 흐린 날은 미세먼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미세먼지가 나쁨인 줄 모르고 아기를 유모차에 앉혀서 산책을 나갔던 날, 유독 그날따라 유모차 비닐커버 안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아기 때문에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기가 걱정되어 밤새 검색을 멈출 수가 없었다. 때마침 방문한 소아과에 물어보니, 미세먼지에 아기가 노출되면 폐질환에 걸리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아예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돌 이하 아기에게는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는다. 숨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 오늘의 미세먼지 정도를 확인한다. 시간에 따라 미세먼지 정도가 또 달라지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좋음/보통일 때를 노려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집 밖에 나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밖에 나가야 하는 날도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집에만 머무르며 외출을 미룬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 미세먼지를 그렇게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황사가 몰려오면, 마스크 쓰고, 목이 칼칼하니 삼겹살을 먹어야 하나. 이 정도에 머물렀던 나의 생각은 이제 숨 쉴 권리로까지 생각이 확장되었다.


집에서는 24시간 공기청정기가 돌아간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적엔 물을 사 먹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은 맑은 공기도 캔에 넣어 파는 시대가 왔다. 20년 후, 아기가 성인이 되어 맞이할 세상은 과연 어떨까.


모두가 맑은 공기에 숨 쉴 수 있는 세상은 이제 없어진 걸까.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이든, 어느 대륙에 사는 사람이든, 모두가 맑은 공기로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닐까.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맑다. 아기와 산책을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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