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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Jun 03. 2021

아기와 함께한 첫 생일

낳고 기름의 감사함

얼마 전 나의 생일이었다. 아이를  낳고 맞이  나의 첫 생일. 


작년 생일엔 남편이 차려준 아침 밥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한사코 부인했다. 모유 수유한다고 열심히 먹었던 미역국 때문에 8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나는 더 이상 미역국을 먹고 싶지 않다. 원래 미역국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영원히 안 먹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점심 외식을 하고 돌아온 후, 육아는 계속되었다. 나를 위해 연차를 낸 남편 덕분에 나는 그나마 잠깐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가뜩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이었는데 남편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정말 생일 다웠다. 휴식이라는 선물을 준 남편의 마음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며 내가 좋아하는 당근케이크에 생일 초를 붙였다. 소원을 빌고 초를 끄는데 아직 촛불 끄는 것의 재미를 모르는 우리 아기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 모습 또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생일을 맞이하고 나니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내 생일이니까 내가 주인공이야'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특히 나는 정말 예민하고 잠을 잘 안 자는, 흔히 말하는 순하지 않은 아기였다고 한다. 밤에도 엄마가 열 번 이상씩 깨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엄마 치맛자락을 절대 놓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너무나 너무나 순하다고 하는 우리 아기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 같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을까.


엄마의 아기가 엄마가 되어 생일을 맞이한 날.


1살 더 먹는다는 씁쓸함보다 왠지 가슴 뭉클함이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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