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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Nov 17. 2021

나는 깍두기

깍두기 엄마이자 깍두기 직원이 되다

깍두기  

[명사]
1. 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
2.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런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워킹맘 3주 차. 

회사에 중요한 행사가 3일간 진행되었다. 이 행사로 말하자면, 1년 중에 가장 큰 행사로 코로나 시대 전에는 전 직원이 회사 근처 호텔에서 합숙까지 하면서 진행하던 규모와 업무강도의 행사이다. 그리고 2년 전 내가 결혼할 때에도 피하고자 했지만 피하지 못해, 이 행사 직전에 결혼식을 하게 되고, 이 행사 때문에 신혼여행을 1주일간 미루기도 했었다. 


나의 공백기가 코로나 시대와 겹치게 되어,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 이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15개월간 컴퓨터를 거의 안 썼던 내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행사를 지원하려니 참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휴직기간 동안 대체근무자로 있던 직원이 아직 남아 있어 그 친구가 대부분의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사 기간 동안, 매일매일 그날의 행사가 끝난 후 처리해야 할 작업들이 참 많은데, 나는 퇴근시간이 되면 집으로 달려 나가야 하는 워킹"맘"이다 보니 참으로 눈치가 보이고 퇴근 후 처리할 수 없는 업무들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대체근무 직원이 처리를 하고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그 직원에게 미루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모두가 아직 바쁘게 일하고 있는 중인 5시에, 나는 짐을 싸들고 뛰쳐나가니,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사람들 눈에 좋아 보일 리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삐뚤어지지 않은 사람들 눈에도 아기와 쉬러 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전 나도, 행사 중 많은 업무로 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정시퇴근을 하는 워킹맘 직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한 사람이다. 평소 행사 때라면 밤새 수십 통의 이메일이 와있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한통의 이메일도 와있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회사에서 깍두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아기에게 좋은 엄마일까? 최근 들어 아빠만 유독 찾는 아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퇴근 전과 후에 잠시 아기와 보낼 수 있는 시간에도 나는 아기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어린이집 가방을 싸고 풀고, 아기가 먹을 음식을 준비를 함께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나는 아기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깍두기 엄마이다. 


출산 전, 회사가 내 인생의 70프로, 그리고 나머지 나의 삶이 30프로였다면

출산 이후 육아휴직 동안은 내 인생의 100프로가 아기였다. 


그리고 복귀를 하니, 내 인생의 100프로였던 아기에게도 100프로를 주지 못하고, 회사에도 이전의 70프로의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 둘을 합치면 이미 170프로 이기 때문에,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최선을 다해 130프로를 한다고 해도, 양쪽에서는 그들이 받던 것만큼 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기에게도 깍두기 엄마

회사에서도 깍두기 직원이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의 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말할 곳이 필요하여 써보는 나의 하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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