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산을 하는 튼튼이 엄마 아빠에게
엄마 아빠가 되는 당신을 위한 나의 짧은 조언
오늘 남편의 동생 부부가 출산을 한다.
얼마 전, 집안 행사로 모두 모였을 때, 남편과 나는 새내기 엄마 아빠가 될 시동생 부부에게 끊임없는 조언을 쏟아냈다. 사실, 원치 않는 조언은 잔소리와 같다는 것을 나도 겪어 보았으나, 우리는 몰라서 미리 준비를 못했던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리도 모르게 이런 것은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혹시나 출산을 곧 앞두고 있는 다른 부부가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우리가 쏟아냈던 조언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자연분만이든지 제왕절개이든지 산모의 결정으로 진행하고, 그것을 고민하느라 너무 큰 에너지를 쏟지 말자. 우리 부부는 제왕절개 수술 바로 전날까지 논쟁을 했으나, 지금 15개월이 지나고 보니, 그 시간에 좀 더 자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출산은 너무나 힘들고 숭고한 일지만, 신생아 육아는 그보다는 더욱더욱 쉽지 않으니, 에너지를 아끼자.
둘째, 모유수유에 집착하지 말자. 나의 경우, 출산보다 모유수유가 너무나 힘들었다. 서로 처음 보는 다른 산모들과 둘러앉아 가슴을 보이며 수유를 하는 그 문화충격뿐만 아니라, 젖 양이 적어서 과도한 유축을 하여 가슴이 상한 것도 문제였고, 모유를 돌게 한다는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유선이 막힌 것도 너무나 힘들었다. 모유가 많다면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모유양이 적고, 유선이 막혔던 나의 경우에는 모유수유로 매일매일 눈물 흘리며 마음 고생하고 몸 고생하며 힘들어하고, 많은 돈을 가슴 마사지에 썼다. 이런 과거를 되돌아보면, 차라리 그 돈으로 소고기를 사 먹고 힘을 내서 육아를 하고, 초유를 먹이고 나서는 무리해서 모유수유를 하는 대신 분유를 먹이며 내 정신과 몸을 챙기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셋째, 엄마와 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을 D-day로 잡고, 아기가 집에 도착하시면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하는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젖병을 씻고 삶고 적당한 위치에 놓는 것은 기본이고, 분유와 주전자, 기저귀, 아기 침대, 가습기 등등 모든 것들이 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기가 집에 오는 순간, 실전 육아에 돌입한다. 여러 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아기 물건들의 위치와 동선을 미리 짜 놓는 게 D-day를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남편의 경우, 산후도우미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2박 3일 동안,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 D-day에 맞추어 산후도우미님이 첫 출근을 하시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산후도우미님의 도움을 받을 때는 도우미님과의 원만한 관계도 중요하지만 내 아기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산후도우미님을 선정할 때 개인마다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교체 경험이 없으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우미님과 맞지 않아서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체 경험이 없으시다는 것은 그만큼 산모의 니즈에 잘 맞추어 준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도우미님이 오시는 첫날, 서로 업무 영역, 기대하는 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아기 캐어> 집안일 > 요리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요청드렸다. 또 도우미님이 아기에게 하시는 행동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이야기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도우미님이 산모보다 경험도 많으시고 본인의 스타일이 있으시지만, 내 아기의 엄마는 나이기에 산모가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려드리자.
다섯째, 책, Youtube나 맘 카페에서 얘기하는 다른 아기들의 기준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아기 by 아기 이기 때문에 우리 아기가 꼭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나의 경우 아기가 일주일에 250g씩 몸무게가 늘어야 한다고 산후조리원에서 배웠기에, 매주 아기를 체중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보며 몸무게의 증가량에 따라 ‘모유가 적은가, 분유가 적은가 ‘ 하며 아기가 먹는 양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잘 크더라. 아기가 먹지 않는다고 억지로 먹일 수도 없고, 배고파하는데 덜 먹일 수도 없다. 15개월이 된 흥이는 지금도 때로는 잘 먹고, 때로는 잘 안 먹는데, 아주 잘 크고 있다.
여섯째. 주변에서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강한 마음을 가지자. 가까운 가족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아기에게 관심을 가지며 ‘아기가 춥다’느니 ‘얼굴에 상처가 낫다’느니 ‘침을 왜 이리 많이 흘리냐’느니, 별의 별것으로 다 이야기를 할 것이다. 심지어 세탁소 아줌마까지 나에게 모유수유에 대한 조언을 했다. 나는 모든 것을 마음에 담아두는 내향적인 엄마이기에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까운 사람이 하는 이런 말들은 더 힘들었다. 그런 말들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아직도 나는 강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이렇게 여섯 개만 추려보았다.
'뭐 이렇게 당여 한 말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