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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Feb 22. 2022

돌 이후, 미션 completed

분유 졸업 성공! 젖병은 안녕!

돌이 되면 처리해야 할 중요한 미션이 두 개나 있다.

바로 분유 졸업 그리고 젖병 떼기이다. 


흥이는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즈음 흥이는 오전에도 분유를 2번 정도 먹고,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낮잠을 자기 전에 분유를 먹고, 저녁에 자기 전에 또 분유를 먹고, 새벽에도 한번 먹었다.. 일주일에 분유를 한통씩 비우던 그때. 멸균 우유를 빨대컵에 줘 봤으나 빨대컵에 물은 잘 마시면서 우유는 안 먹겠다고 도리도리 하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분유와 젖병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방법도 있었으나, 분유량을 줄이고 이유식 양을 늘리고자 따로 챙기지는 않고 어린이집 점심을 먹도록 했다. 분유를 많이 먹으면 소아비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린이집 동기 엄마들에게 듣고는, 분유와 멸균우유를 섞어서 주기 시작했다. 3일에 한 번씩, 분유는 줄이고, 멸균우유 양은 늘려서 주다 보니, 어느새 분유 없이 멸균우유만 줘도 먹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분유와 이별할 수 있었다.


젖병은 더 큰 문제였다. 잠자기 전에 젖병으로 우유를 먹고, 다 먹으면 휙 돌아서 뒹굴뒹굴하다가 자는 게 습관이었다. 새벽에 낑낑거릴 때 젖병을 물리면 우유를 먹고 다시 2-3시간은 자기 때문에, 새벽 수유를 아직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잠잘때와 새벽에만 우유를 마시는데도 일주일이면 200ml짜리 우유팩 24개를 먹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젖병을 떼지 않을까 하고 몇 달을 지냈다. 아기가 16개월이 되었을 때, 이제는 슬슬 젖병 떼기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젖병 떼기에 대해서 Youtube며 맘 카페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열심히 찾아봤다. 예전에는 아기가 보는 앞에서 젖꼭지를 가위로 잘라버리거나 했지만, 요즘은 아기에게 며칠 전부터 미리 이야기를 한 후, 아기가 직접 젖병을 버리도록 하는 추세이다. 우식증, 중이염 등등 젖병을 떼야하는 이유를 남편에게 설명했을 때, 남편은 처음에는 굳이 젖병을 떼야하냐고 했지만 차근차근 해보기로 했다.


우선, 젖병을 빨대컵 호환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우유용 빨대컵과 물 먹는 빨대컵을 새로 구입했다. 그래서 흥이가 젖병은 최대한 보지 않고 새로운 빨대컵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도록 했다. 저녁밥을 먹고 목욕을 한 후에 빨대컵에 우유를 담아주어 놀면서 빨대컵으로 우유를 먹는 법을 터득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40ml 정도밖에 안 마셨으나 점점 마시는 양이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밤잠을 잘 때는 젖병에 우유를 먹었고, 새벽 수유를 할 때는 젖병을 사용했다. 


흥이가 17개월이 되고 나는 내 나름의 D-day를 정했다. 남편이 출장 간 사이에 젖병을 떼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내가 젖병을 주지 않았을 때 흥이가 아빠를 통해서 젖병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D-5부터, 나는 흥이가 잠들기 전에 젖병으로 우유를 먹을 때 "이제 다섯 밤 자면 젖병이랑 안녕하는 거야. 이제 흥이는 이도 많이 나고 힘도 세져서 형아가 되었지. 젖병은 아기만 먹는 거야. 흥이는 이제 형아니까 빨대컵으로 우유 먹을 수 있지?"라고 말해 주었다. 


D-3부터 새벽 수유도 빨대컵으로 주기 시작했다. 새벽 5시쯤 맘마를 찾을 때 젖병으로 먹을 때는 200ml에서 300ml까지도 새벽에 먹는 아기였는데, 빨대컵으로 주니 처음에는 잠에 취해서도 이게 뭐냐며 칭얼거리다가 잠이 깨어 버렸다. 하지만 배가 고팠는지 100ml 정도 먹고 뒹굴 뒹굴 하다가 놀기 시작했다. 


D-2에도 새벽 수유를 빨대컵으로 했다. 젖병을 찾아 또 칭얼거렸지만, 이번에는 잠이 완전 깨버리지는 않고, 우유를 빨대컵으로 조금 먹고 뒹굴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드디어 D-day. 


엄마가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아기만 더 고생할 것 같아서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출근 전,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전에, 젖병을 모두 쓰레기통 앞에 꺼내놓고 아기에게 말했다.


'우리 흥이, 오늘 젖병이랑 안녕하는 날이네. 흥이는 이제 이도 많이 나고 힘도 세져서 이제 젖병 안 먹어요. 그동안 젖병 고마웠어. 안녕 하자~'


흥이는 젖병을 들고 칭얼거리며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쓰레기 통에 넣더니 다시 꺼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내가 핸드폰으로 흥이를 찍고 있으니 핸드폰에 보이는 자기 얼굴을 보느라 쓰레기통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실패의 요인이었다. 


D-day를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퇴근 후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아기 하원후 아기를 봐주시는 친정엄마와 함께였다. 


이번에는 젖병은 빼고 젖꼭지만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다시 흥이에게 보여줬다. 핸드폰 대신 캠코더를 켜 두었는데, 흥이는 젖병보다는 캠코더에 관심을 가졌다. 다시 한번 이제 형님이고, 젖병을 버리자.라고 했더니 플라스틱 통에 담긴 젖꼭지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리액션 여왕인 친정엄마와 내가 잘했다고 열렬히 응원해주자 기분이 좋았나 보다. 하지만 다시 쓰레기통에 손을 넣어 플라스틱 통에 손을 뻗었다. 나는 얼른 플라스틱 통을 비워서 젖병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흥이가 플라스틱 통을 다시 꺼냈을 때 빈 통만 있을 뿐이었다. 


흥이는 어? 하더니 다시 캠코더에 집중하면서 쓰레기통에서 돌아섰다. 생각보다 쉽게 젖꼭지를 버리게 되었다.


그날 저녁부터, 잠잘 때도 빨대컵에 우유를 넣어서 먹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라는 표정과 함께 예전보다 적은 양의 우유만을 먹지만, 그래도 어쨌든 우유를 빨대컵에 먹고 결국에는 잠이 들게 되었다. 


저녁에도 새벽에도, 빨대컵에 우유를 먹다 보니 우유를 먹는 양이 확 줄었다. 그래서 그런지 밥 먹는 양이 늘어난 것 같다. 


어젯밤은 D+4였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흥이는 밤 9시에 잠이 들어서 아침 6시 반까지 깨지 않고 잤다. 

이렇게 젖병을 졸업하고, 새벽 수유를 끝내고 통잠을 잘 수 있게 될 것인가?


생각보다 의연하게, 젖병을 찾지 않는 흥이를 보면서, 흥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이렇게 빨리 크나 싶어서 아쉽기도 하다. 아기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푸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기가 준비가 되었다면, 아기가 발달의 다음 단계로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인 것 같다. 칭얼 거리는 아기 탓에 몸도 마음도 힘이 들지만, 이 또한 서로가 겪는 성장통이리라. 


이렇게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두 개의 미션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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