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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Feb 25. 2022

워킹맘의 가정보육 2일차

코로나... 너까지 나한테 이래야 하니?

오미크론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원아 보호자의 확진 소식 등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더니, 결국 두 명의 아기가 확진되었다는 긴급공지가 떨어졌다.


몇 개월 전과는 다르게, 어린이집 문을 닫지 않고, 선생님들과 아기들은 자가 키트로 검사해서 음성이 나오면 등원을 할 수 있다.


우리 흥이는 아직 17개월. 지난 6개월간 어린이집을 다니며 감기를 달고 살고,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었는데, 이번에 확진된 아기들이 다른 반이지만 두려운 마음이 너무 크다. 게다가 같은 도시에서 어린 아기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지만 병실 부족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아기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가 되었다.


급하게 회사에는 재택근무를 요청하고, 가정보육을 시작한 것이 바로 어제.


지금 나의 상황을 말하자면, 코로나로 인한 가정보육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번 아웃된 상황이다.


남편은 2월부터 이직을 했는데, 3주째 평일에 2박 3일~3박 4일씩 지방 출장을 다니고 있다. 남편이 출장 간 기간은 퇴근 후 독박 육아 시작이다. 요즘 한창 떼가 늘고 고집에 세진 흥이는 본인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면 토를 할 정도로 우는 것이 다반사이다. 나의 퇴근 전까지 육아를 도와주는 친정엄마와 놀 때는 잘 놀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계속 "안아!"를 반복하며 어리광을 부려서 흥이와 내가 단둘이 있을 때면 함께 있는 시간의 80%는 12킬로가 넘는 아기를 계속 안고 있는 셈이다.


회사일은 회사일대로 벅차다. 분명히 육아기 단축근무 중이라 4시 퇴근이라고 전달했는데 꼭 4시 반, 5시에 전화를 해서 업무를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다.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 종일 나를 불러대는 윗분 덕분에 화장실도 편히 갈 틈이 없고 숨을 쉴수가 없다. 복직 4개월만에 몸무게가 4킬로가 빠졌다.


무엇보다도 올해부터 둘째 계획을 세웠는데,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시험관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임신을 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데, 스트레스 없는 것과 마음의 평화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끼니를 놓치지 않고 영양제라도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일이 힘들고, 본인의 출장으로 내 독박 육아도 힘드니 회사 일을 그만두라고 얘기해 주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금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엄마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리고 있는데, 내가 육아를 전담하게 되어 그것이 끊기면 당장 부모님에게 경제적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어도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모은 돈을 쓰시고 투자 같은 것은 평생 해보지 않아 노후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 부모의 현실이다.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넘기고 있는 요즘이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가정보육을 시작하며 아침마다 친정부모님 댁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내 근무시간 동안 엄마, 아빠, 나, 그리고 강아지 복남이가 함께 우리 흥이를 공동 육아한다. 쌀알 촉감놀이를 하고,  청소기를 끌고  다니고, 피아노를 치고, 계단을 오르고, 실내자전거를 타고, 화장실  욕조에 들어가겠다고 떼쓰고,  쇼파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전화기로 전화하는 흉내를 내고, 복남이와 간식을 나눠먹는 사이클을 3-4번 반복한다, 나와 흥이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엄마 아빠는 물론, 복남이마저도 곯아떨어질 정도의 육아 난이도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그리고 회사가 허용하는 한도까지 계속 이렇게 가정보육을 해야 할 텐데, 아기의 안전이 우선이니 견디고 또 견디는 수밖에 없다. 부모님댁이 멀지 않은게 정말 천운이다.


버티자, 버티자


이 또한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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