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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May 11. 2022

19개월 아기 어린이집 참관

잘 노는데 마음이 아픈 건 왜일까

어린이집 다닌 지 8개월이 넘는 우리 흥이. 나의 복직 때문에 걸음마 걸음마하던 돌 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해서 올해 3월에는 형님반으로 옮긴지도 두세 달이 되어 간다. 선생님 한 명당 아기 3명이던 아기반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선생님 한 명당 아기 5명이고 한 반에 아기 10명이 함께 있는 3세 반을 다니고 있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오미크론이 너무 심해서 가정보육을 하고, 3월 말이 되어서야 어린이집 형님반으로 다니기 시작해서, 새 선생님과 새 교실에 적응해야 했다. 다행히 아기 때 같은 반이던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반이라서 조금 더 친숙하게 적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번 아기반 마지막 달에는 남편이 참관수업에 참여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재택근무를 하다가 짬을 내서 형님반에 있는 우리 흥이를 처음 보러 다녀왔다.


주어진 시간은 단 20분!


마치 007 작전과 같이, 아기들 교실 창문에는 큰 종이가 붙어있고, 눈구멍만 3개 뚫려 있다. 아기들은 엄마들을 못 보고, 엄마들만 아기들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눈구멍은 3개인데, 참여한 엄마들과 할머니는 총 4명! 자리가 부족 니 1명은 원장실에 있는 CCTV로 봐야 해서, 서로 돌아가며 아기들을 관찰했다. 그 와중에 가족들에게 보낼 사진을 찍느라고 바쁘다. 첩보영화가 따로 없다.


우리 흥이는 블록 놀이하는 친구 옆에서 한참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하는 다른 그룹에 또 끼어서 선생님께 스티커를 받아 붙이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비눗방울 총을 쏘기 시작하자, 아기들이 모두 일어나서 방방 뛰며 좋아하는데, 우리 흥이는 그 무리에 끼어서 몸을 흔들다가 쓱~하고 빠져나와서 교실 뒤편에 있는 주방기기를 만지작 거린다. 앉아있는 선생님 등에 잠시 기대었다가, 또 다른 선생님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집에서는 소황제인 우리 흥이.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10명 중에 한 명이니, 선생님 주변에서 맴도는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어린이집에서 매일 보내주는 사진에는 잘 웃고 잘 노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저 어린것이 많은 아이들과 섞여서 사회생활을 하려니 힘들겠구나 싶어 마음이 아파왔다.  


어린이집을 다니며 좋은 점은, 집에서보다 골고루 잘 먹는다는 점. 집에서는 고기를 안 먹는 아기인데,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특별활동으로 집에서 해줄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아기 검도 수업이 있었고, 오늘은 생태놀이를 했다고 한다. 집에서는 매일 같은 장난감, 같은 루틴인데, 새로운 것을 먹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은 아기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흥이 하원 후, 동네 놀이터에서 같은반 친구를 만났는데 둘이 붙어다니며 개미를 보고 꺄르르 웃고, 계단을 오르며 계단에 있는 자동차 그림을 보고 빠방 빠방 함께 외치고,  미끄럼틀도 번갈아 타며 꺄르르 웃고, 서로 따라다니며 노는 모습이 혼자 노는 것 보다 참 좋았다.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 이렇게 놀겠지?


다만, 여러 명의 아기가 함께 있으니 선생님들이 아기들의 요구에 일일이 바로 바로 반응해주기는 어려운 게 사실일 것이다. 나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흥이가 같이 놀자고 엄마 엄마 불러도, 잠시만~ 설거지 좀 하고~ 이렇게 답하게 되니까 말이다.  


참관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변한 점이 있다면, 흥이의 부름과 요구에 바로바로 반응해주기이다. 집안일이 밀리면 어떠하리. 흥이가 잠들고 하면 되겠지. 지금 내 앞에는 나를 부르는 이 귀엽고 앙증맞고 소중한 생명체가 있는데, 한번 더 눈 맞추고, 한번 더 까르르 함께 웃는 이것이 행복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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