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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May 20. 2022

두 번째 임밍아웃

드디어 했다. 두 번째 임밍아웃!


첫째 때 임밍아웃은 나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다정한 남편은 초음파 사진을 액자에 넣고, 아기 양말을 사서, 작은 박스에 넣어서 양가에 전달했다. 박스를 열어보고 양가 어머님에게서 '어머나!!!'라는 반응이 절로 나왔다. 


회사에 첫째 임밍아웃을 했을 때는 근무시간 단축을 받기 위해서 임신확인서를 받자마자 알렸다. 내 결혼식에 직원분들도 참석해 주셨고,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상황을 이해해 주셨다. 


둘째 임밍아웃은 좀 달랐다. 


시험관을 하는 것을 양가에서 알고는 계셨지만, 그 결과는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남편과는 심장소리를 들은 후 알리자고 했는데, 마침 어버이날 전에 심장소리를 듣게 되어, 어버이날 초음파 동영상을 양가 카톡방에 올려서 임밍아웃을 했다. 첫째 때보다는 준비를 덜 했지만, 그래도 나름 어버이날 기념 서프라이즈가 되었다. 


회사에 두 번째 임밍아웃을 하는 시점은 오래 고민을 했다. 곧 재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쓴 사례는 내가 처음이었다. 육아휴직 후 복직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그런데, 한 명에게 두 번째 육아휴직을 줄 수 있을까? 물론 임신을 사유로 한 해고는 불법이다. 재계약을 한 후,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린다면 불법은 아니겠지만,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엄청난 압박과 눈칫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재계약을 위해 지난 업무성과를 정리하여 보고해야 했다. 담당자가 새로 바뀌어 어색한 사이인 데다가, 몇 년째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들은 바가 있어서, 구두로 임신 사실을 알리기 민망하여 업무성과 보고와 함께 임신확인서를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에 재계약이 안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설마 정말 재계약이 안될 줄은 몰랐다. 


회사는 나에게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 첫째는 재계약을 안 하는 것, 둘째는 6개월만 재계약해서 11월에 있는 큰 행사를 마치는 것. 6개월 재계약을 한다면, 만삭의 몸으로 큰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그 행사는 코로나 시대 전에는 매년 직원들이 회사 앞에서 일주일간 합숙을 하며 진행하는 큰 행사이다. 나는 만삭의 몸으로 합숙까지 하면서 큰 행사를 치르는 것이 너무 무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아기와 일 중에서 중요한 것은 아기니까. 


서운한 마음도 들고, 시원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두 번째 임밍아웃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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