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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Jun 14. 2022

엄마와 아기가 같이 장염에 걸리면

유행성 장염은 무서워

지난주, 어린이집 어플에 요즘 유행성 장염이 유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설마 그게 우리 집 이야기가 될 줄이야


금요일 어린이집에서 흥이가 묽은 변을 봤다는 담임선생님의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날 저녁부터 흥이의 설사가 시작되었다. 


설마 설마 하여 흥이를 재워놓고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흥이의 울음소리.

달려가 보니 흥이는 이미 침대와 이불에 구토를 한 상황이었다.

유행성 장염의 증상이 구토, 설사, 고열이었는데, 내가 검색 결과를 찾자마자 구토를 시작한 우리 흥이.


흥이의 구토가 뭍은 빨래 물을 걷어내고, 안방 침대에서 다시 재웠는데, 새벽에 다시 구토가 시작되었다. 

몸도 따끈따끈 해지는 것 같아서 옷을 벗기고 재웠는데 많이 힘든지 흥이는 밤새 뒤척였다.


아침이 밝고, 체온은 37.1도. 잘 노는 것만 같았는데 오전 9시 전에 설사만 4번.

흥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다시 잰 체온은 37.9도.

의사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흥이는 역시나 몸부림치며 펑펑 울면서 진찰을 받고 나와서 간호사 선생님이 준 비타민 사탕 2개에 마음이 풀렸다. 


작년에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약을 계속 토해서 결국 폐렴이 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약을 잘 먹이려고 정말 노력을 했다. 흥이는 힘이 더 세어져서 남편이 흥이를 붙잡고 내가 입에 약을 투여했는데도 실제로 삼킨 약은 절반이 되었을까... 약은 달콤한데 억지로 먹이는 게 싫은 것 같았다. 


낮잠을 자는 흥이가 바들바들 떨면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나는 또 열심히 검색을 했다. 오한이 오는 것은 고열이 오기 직전이라는 검색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흥이의 체온은 39도를 넘어갔다. 그리고 이번엔 아침과 점심에 먹은 죽이 소화되지 않은 채 분수토를 했다. 본인도 힘드니 펑펑 우는 흥이를 목욕시키면서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재웠다. 짠하고 속상하고... 남편과 응급실에 가야 할지 입원을 시켜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토요일 저녁시간이니 내일 아침까지 상황을 보기로 했다. 


아프니 걸을 힘이 없어 계속 안으라고 하고, 아빠가 안으면 약을 먹이니 엄마만 안으라고 하니.. 임신 12주 차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흥이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친정엄마 찬스로 미음을 받아서 흥이에게 먹이고, 약을 먹여서 다시 재웠다. 다행히 토요일 밤, 흥이는 토하지도 않고, 설사도 하지 않고, 잠을 잤다. 자는 흥이를 옆에 두고, '제가 대신 아프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 보통 응가를 한번 하고, 미음은 거부해서, 오믈렛을 만들어 줬더니 잘 먹고, 이제 좀 걸어 다니기에 이제 거의 다 나았나 보다 했는데, 아직 열은 안 떨어진 우리 흥이. 하지만 아빠 빠방 타고 밖에 나가자고 새벽부터 현관 앞에 앉아있어서 집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왠지 속이 울렁거렸다. 아침밥을 부실하게 먹어서 입덧인가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나에게도 구토가 찾아왔다.


흥이는 아직 열이 안 떨어져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나는 점심 먹은 것부터 시작해서,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하는 상황이 왔다. 내가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소리를 듣고, 흥이는 문밖에서 엄마 아프다고 울고.. 나는 너무 구토를 많이 해서 얼굴에 핏줄이 터졌고, 우리 둘을 보고 있는 남편도 허리 디스크가 아파서 힘들어하고... 참으로 진퇴양난의 일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계속 구토를 하고 배가 아파서, 혹시나 뱃속 아기에게 무리가 갈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흥이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뱃속 아기에게 미안하지만, 뱃속에서부터 강한 아기로 커주기를 바랄 수밖에...


월요일, 나는 병가를 냈고, 흥이는 어린이집을 쉬었다. 흥이는 조금씩 컨디션이 회복되었고, 나는 산부인과에 가서 수액을 맞고 왔다. 


화요일, 오늘 아침, 흥이는 5시 반에 일어나서 배가 고프다고 울었다. 이제 소화가 되는구나!! 이른 아침밥을 먹고 흥이는 한 시간을 더 잤다. 오늘은 나도 업무에 복귀, 흥이도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주말 내내, 장염과 싸웠던 우리 가족. 

쉬지도 못하고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응급실도 안 가고, 입원도 안 하고 넘어갔다. 


고생 많았어 우리 흥이, 고생 많았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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