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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ug 16. 2022

전업맘 한 달 반의 기록

첫째는 23개월, 둘째는 임신 5개월

마지막 출근 후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욕실과 방 2개의 리모델링, 어린이집 수족구병 유행, 어린이집 방학, 그리고 우리 흥이의 수족구병 발병. 나는 둘째 임신 5개월이고 남편은 거의 매주 출장을 다니고 있어서 만약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으면 과연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 시간이었다.  


리모델링 중에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친정집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흥이 어린이집 등하원을 했다. 밤 9시에 잠들어서 새벽 5시에 깨는 흥이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지, 멍멍이까지 5시에 강제 기상을 했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자 다들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도 감사히 일주일간의 공동육아를 마치고 리모델링이 끝난 집에 무사귀환할 수 있었다.  


다음 타자는 수족구병 유행. 

여름에 특히 유행한다는 수족구병은 말 그대로, 손, 발, 입에 물집이 생기는 질병인데 감염성이 높다. 수족구병 환자가 어린이집에 발생했다는 공지를 받고, 우리 흥이는 일주일간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가정보육을 했다. 매일매일 마트, 도서관, 키즈카페,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와 밀착 24시간을 보냈는데, 그 당시 흥이의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 중 반절 이상이 수족구병에 걸렸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나가고 나니, 이번엔 어린이집 방학이 찾아왔다. 이와 동시에 남편은 낮과 밤이 바뀐 근무를 일주일간 하게 되었다. 아빠가 낮에 쉴 수 있게 매일 어딘가로 떠나야 해서 나와 흥이는 또다시 밀착 24시간을 보내며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일주일 후, 아빠가 휴가를 내어 워터파크도 가고, 동네 놀이터에서 물놀이도 하며 방학을 마무리했는데.. 어린이집 개학  당일, 하루 등원을 하고 그날 밤 흥이는 고열로 고생을 했다. 그리고 수족구병이 찾아왔다. 어디서 걸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고생하는 흥이도 힘들고, 어린이집에 겨우 수족구병이 잦아졌는데, 흥이로 인해 다시 병이 유행할까 봐 죄책감도 들었다. 흥이의 경우 고열은 하루로 끝났지만 발바닥과 손바닥에 수포가 생기기 시작해서 하루하루 몸통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입안에도 수포가 생겼는지 먹을 것을 거부해서 평소에는 외출할 때만 먹던 주스와 젤리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흥이는 수포가 심한 편은 아니어서 물집이 잡히거나 딱지가 앉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이 오려고 하면 많이 힘든지 잠을 잘 못 자고, 밥을 못 먹으니 힘이 없어서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통에, 계속 안고 있어야 했다. 남편은 출장, 친정엄마는 코로나 확진으로 도와줄 이가 없는 상황에서, 흥이와 내가 오롯이 버텨내야 했다. 뱃속에 있는 홍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몸부림치며 우는 흥이를 케어하는 게 먼저일 수밖에 없었다. 뱃속의 홍이도 힘든지 며칠간 태동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그래도 정기점진 결과 이상이 없고 건강하게 잘 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어린이집에도 추가 환아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전업맘이 안되었다면 과연 지난 한 달 반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워킹맘들도 많이 있기에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의 경우 비 자발적 전업맘이 된 것이라 선택권이 없었지만 말이다. 


퇴사 후, 회사 사람들에게 두세 번 연락이 왔다. 기대보다 훨씬 적은 빈도이다. 한 번은 나를 자른 국장님이 나를 자를 때인 5월 이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잘 지내냐며 뜬금없이 연락해서 마지막 날 인사를 못했네 어쨌네 한 것. 또 한 번은 나와 가장 안 친한 직원이 뜬근없이 best wish라며 연락을 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행정직원이 행정처리로 연락을 한 것. 업무 관련 연락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내가 놔두고 나온 사업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정이 떨어져도 확 떨어졌나 보다.  


퇴사를 하면 하려고 생각했던 일들도 여러 개가 있는데, 아직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남편이 외벌이가 되고 나니, 아무래도 지출이 생길 때마다 신경이 두배 세배로 쓰인다. 내가 경제활동을 안 하는 것이 20살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요즘 많이 하는 스마트 스토어를 해볼까, 아기 이유식 배달 창업을 해볼까 여러 가지 짱구를 돌리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용기를 내보자,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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