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봄 Sep 05. 2022

드디어.. 코로나에 걸리다

23개월 아기와 6개월 임산부, 남편이 함께 코로나에 걸리면

흥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2020년 2월, 코로나 팬더믹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2년 반 동안, 임신, 출산, 육아기간 동안 코로나로 잃은 것이 많지만 그래도 잘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도 결국 코로나가 찾아왔다.


흥이가 수족구에 걸렸다가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려서 대체 선생님이 오셨는데, 그 대체 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린 것. 수족구에 걸리고 나서 면역력이 약해졌던 것인지, 흥이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흥이네 반에서 흥이만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어린이집 어플에 대체 선생님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올라온 일요일 밤, 흥이는 자다가 갑자기 목에 뭔가 걸린 듯 컥컥거리다가 울면서 잠이 깼다. 그게 시작이었다. 흥이의 증상이 왠지 심상치 않음을 느꼈던 나와 남편...


월요일 아침, 열이 오르기 시작한 흥이는 결국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소아과에서는 코로나에서 폐렴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며, 열이 안 떨어지거나 축 처지면 당장 다음날이라도 코로나 확진자를 받아주는 어린이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에 폐렴균 검사까지 하느라, 양쪽 코를 한 번씩 찌르느라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흥이를 겨우 잡고 검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흥이의 병간호가 다시 시작되었다.


첫 이틀은 그래도 약을 잘 먹어 주었다. 물약 3종류에 가루약까지 먹이려니, 양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먹이기 힘들어 2-3번에 나누어서 겨우겨우 달래 가며 젤리를 쥐어줘 가며 약을 먹였다. 코로나로 목이 아플 텐데 죽 같은 음식도 그럭저럭 잘 먹어주었다. 낮에는 약을 먹으면 떨어졌던 열이 새벽이면 39도까지 다시 올라서, 나는 체온계를 손에 들고 밤을 지새우다가 힘든지 뒤척이는 흥이를 일으켜 다시 해열제를 먹이기도 했다. 3일째가 넘어가니 약 먹기 싫어서 토하는 아이를 잡고 미안하다 말하며 약을 먹이고, 또 토하고를 반복하기도 했다. 약 먹기 싫어서 몸부림치는데도 억지로 약을 먹이는 엄마가 미울 만도 한데, 금방 와서 안기는 흥이에게 마음이 짠해졌다.  


흥이를 입원시켜야 할지 많이 고민을 했다. 입원을 하면, 하루 세끼 밥도 챙겨주고, 의사와 간호사가 중간중간 확인해 주는 것은 좋지만, 코로나 환자로 4인실을 쓰거나 해야 한다면, 집보다 더 힘든 환경일 것 같았다. 병원에 입원하려면 엑스레이에, 피검사에, 수액줄까지 꽂아야 하는데, 그 과정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흥이가 약을 먹으면 열이 떨어지고, 밥도 좀 먹어서 축 처지지는 않으니, 집에서 버텨보기로 했다.


작년에 돌 치례를 치르며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네블라이저를 썼었는데, 이번에는 입원을 안 하려면 최대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네블라이리저를 구해서 흥이가 잘 때마다 입과 코에 쏴주었다. 깨어있으면 절대로 안 하려고 하겠지. 마침 가습기도 고장이라서 친정에서 가습기도 빌려왔다.


다행히 흥이는 3일 차가 되니 점차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수요일 오전, 나와 남편도 코로나가 확진되었다. 그 전날 병원에서 한 신속항원검사에서도 음성이었는데, 수요일 오전이 되니 열이 38.5도까지 오르고 확진이 되었다. 나는 임산부라서 먹을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이라 친정엄마가 산부인과에 대리로 방문해서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기침약과 가글, 타이레놀을 처방받아 주었다. 임산부가 열이 오르면 양수 온도가 올라서, 뱃속의 아기한테 안 좋다고 해서, 타이레놀만 먹고 배에 물수건을 올려서 온도를 떨어뜨리려고 노력했다. 맘 카페에 찾아보니 얼음팩을 겨드랑이에 껴서 온도를 낮추라고 하던데, 산부인과 의사는 얼음팩을 하지 말고 미지근한 물수건을 쓰고 열이 많이 오르면 샤워를 하라고 했다.


남편도 열이 나고 아픈데, 일이 많아서 집에 일을 싸가지고 와서 약을 먹으며 재택근무를 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휴가를 주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아파도 집에서 일을 하며 코로나와 싸워야 하다니... 예전처럼 병동에 감금되지 않는 게 다행인 걸까..


나는 임신 6개월이라는 사실을 하루 종일 잊고 흥이를 챙기기에 바빴다. 열은 이틀 후 떨어졌는데, 몸살 기운과 기침이 있어도 약을 안 먹고 버티다가 너무 힘들 때 타이레놀을 반쪽씩 먹으며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흥이가 잠에 들고나면, 그때서야 겨우 내 몸을 추슬리 수 있었다. 남편이 방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하루 세끼 식구들 밥을 챙겨가며, 어지러움을 이겨내며, 안아달라 보채는 흥이를 안고 있다 보니, 눈물이 핑 돌 때가 매일 하루에 한 번씩은 있었다. 흥이는 오히려 코로나 3일째가 넘으니 입맛을 잃었는지, 이것을 해줘도 안 먹고, 저것을 해줘도 안 먹어서, 이 음식, 저 음식을 하느라 더 힘이 들었다. 남편이 가끔씩 방에서 나와서 흥이를 봐주면, 그때서야 잠시 누울 수 있었는데, 이제 키가 제법 커서 문고리를 여는 법을 터득한 흥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 손을 잡고 다시 거실로 데리고 나가는 일도 반복되었다.


그나마 우리 가족보다 약 2-3주 전에 코로나에 걸렸던 친정엄마가 매일매일 반찬을 공급해주셔서 나의 요리 노동이 조금은 수월 할 수 있었다. 남편과 나도, 코로나 확진이 된 지 2-3일이 지나니 입맛이 떨어져서 뭔가를 먹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코로나 덕분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고 산부인과에 가서 뱃속 홍이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시험관 시작부터 많은 일을 겪고도 잘 버텨주었던 홍이는, 너무나 고맙게도 이번에도 다행히 잘 버텨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흥이의 두 돌을 맞이하여 사진 촬영 예약했던 것을 날짜를 당겨서 미리 찍은 덕분에 코로나 나 자가격리 기간에 문제가 없었다. 여름에 하지 못했던 가족 휴가도 다행히 딱 자가격리 기간 후에 예약을 해 놓아서, 세명 모두 코로나로 회복 중인 힘든 몸이지만 늦은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8월은 이렇게 질병과 싸우면서 끝이 났다.

이제 다시는 코로나에 걸리고 싶지 않다.

우리 가족, 아프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전업맘 한 달 반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