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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Sep 13. 2022

너의 두 돌을 축하해

24개월 아기, 먹고 자는 이야기

지난 주말, 우리 흥이의 두 돌이었다.


2년 전, 하늘이 파랗고 유난히 청량했던 초가을 세상에 태어난 우리 흥이.


2년이면 사람이 이렇게 많이 크는구나 싶은 요즘이다.


태어나자마자, 목도 못 가누던 우리 흥이는 이제 온몸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매일 에너지를 분출 중이다. 놀이터에서 정글짐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못 내려오기도 다반사이고,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마지막 에너지까지 분출해야 잠이 든다. 발가락 사이에 장난감을 끼우기도 하고, 숟가락질을 넘어서 젓가락질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제 제법 말도 늘어서, 엄마 아빠가 하는 단어들을 듣고 따라 하기 바쁘다. 요즘 한참 동물에 빠져있어서, 양, 쥐, 소 같은 단어들을 하루에 한 개씩 마스터하고 있다.


흥이가 태어나고 첫 돌까지는 매일매일 흥이와 붙어있었는데, 내가 복직해서 회사에 다니던 8개월 동안이 우리의 격동기였다. 흥이의 재접근기까지 겹쳐서 서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출근 준비로 아침마다 바빠서 흥이의 요구보다는 늦지 않게 출근하기 위해 서두르는 게 더 먼저였고, 퇴근하고 나서는 징징과 생떼가 최고에 이른 흥이를 안고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집안일을 하기에 바빴다.


내가 퇴사를 한 후, 흥이와 내 사이는 한결 편해진 것 같다. 우선 흥이의 징징과 생떼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럴 시기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흥이도 그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침에 남편은 여전히 출근 준비에 바쁘고, 출장에 가 있을 때도 자주 있다. 흥이가 6시에 일어나면 나도 6시에 일어나고, 7시에 일어나면 나도 7시에 일어나서, 흥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 9시 반쯤까지 밥도 먹이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아침시간을 보낸다. 요즘 한참 목욕에 빠진 흥이는 어린이집 가기 전에 욕조에서 물놀이 한판을 벌인다. 그 틈에 나는 흥이 입에 아침밥을 밀어 넣는다. 욕조에서는 아기새처럼 입을 잘 벌리면서 받아먹는다. 물론 좋은 식습관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밥을 먹어야 크니 어쩔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도 놀이터에 가거나, 할머니 집에 가거나, 마트에 가거나,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고, 목욕을 한다. 본인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는 건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자주 없는 일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는 흥이를 쫒아다니며 밥을 먹이다가, 목욕을 하면 또 욕조에서 밥을 먹인다. 그러다 보면 밥 먹이는데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안 먹으면 치워버린 적도 있지만, 그러면 배고픈 흥이가 자꾸 냉장고를 열고, 이것 저것 꺼내라고 하고, 한입 먹고 안 먹어서 결국 버리게 되고, 밤에 배고파서인지 자꾸 깨서 둘 다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쫒아다니면서 먹여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쫒아다니면서 먹여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반찬이 있는 식사보다는, 국에 밥을 말거나 볶은밥, 비빔밥을 먹이게 된다. 자리에 똑바로 앉아서 먹는 것은 좀 더 크면 가능하려나. 기다려주면 되려나. 쉽지 않은 문제이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는, 흥이가 더 놀고 싶거나 말거나, 밤 9시는 소등시간이었다. 8시 반부터 책을 읽다가 9시에 불을 끄고 자기 싫다고 엉엉 우는 흥이를 모른척하고 잠든 척하면서 흥이를 울려서 재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흥이가 자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그 사이에 많이 커서, 내가 소등을 하면 불을 켜라고 '불!!' '불!!'을 외치고, 본인이 불을 켜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불을 켜고 잠을 잔다. 잠이 들 때까지 책을 1시간도 더 읽는데, 중간에 거실로 뛰쳐나가는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면 '인형 친구들이 기다린데', '인형 친구들이 졸리데' 하면서 다시 방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책을 읽고 또 읽다가 내가 잠든 척할 때도 있고, 흥이가 먼저 잠들때도 있다. 요즘엔 10시가 다되어 잠들거나 더 늦게 잠들 때도 있지만, 그러면 좀 더 늦게 깨니 그려려니 한다. 


여름이 오기 전, 흥이와 분리 수면을 했었다. 하지만 여름이 오고, 방이 더워지니 자다가 깨서 우는 일이 반복되어 안방에 에어컨을 켜고 우리 부부 침대에서 흥이를 재우기 시작했다. 흥이방 리모델링과 에어컨 설치가 끝나고 다시 흥이를 흥이방에 재우려고 했는데, 그러자 장염, 수족구, 코로나까지 계속 아파서 또 우리 부부 침대에서 흥이가 자게 되었다. 이번에 여름휴가를 끝내고, 흥이를 흥이방에서 다시 재우고 있는데, 자다가 심하면 4번 이상 깨서 거실 소파에서 자겠다, 아빠 침대에서 자겠다며 이방 저 방 나를 끌고 다녔다. 정확히는 내가 흥이를 안고 다녔다. 우리 셋 다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하니 너무나 힘들어서, 원인을 찾다가 매트에서 자는 게 불편한가 싶어서 두꺼운 요를 깔았다. 다행히 지난 2일은 자다 깨서 이방 저 방 안 옮기고 흥이방에서 아침까지 자고 있다. 더 어렸을 때는 싱글 침대에 가드를 치고 잤는데, 이제 좀 커서 가드를 발도 뻥뻥 차다가 불편해서 깨기를 반복해서, 결국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게 되었는데 정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굴러다니면서 잔다. 우리 침대에서 흥이가 잘 때는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내가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안 떨어지게 살펴야 했다. 흥이방으로 돌아가 바닥에서 자는 지금이 나는 그나마 마음을 놓고 잘 수 있어서 편하다.


이제 남은 숙제는 흥이가 깨지 않고 자는 것, 그리고 나와 흥이의 분리 수면이다. 남편은 흥이가 어렸을 때는 오히려 마음을 강하게 먹고 분리 수면을 했는데, 오히려 요즘은 분리 수면을 못한다며 도대체 언제부터 떨어져서 잘 것이냐고 묻는다. 흥이가 자다가 깨면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으니, 아직 마음이 안 먹어진다. 흥이가 다시 통잠을 자게 되면 마음 편히 분리 수면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늦어도 흥이 동생이 태어나는 12월 전에는 끝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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