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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pr 06. 2022

나의 시험관 도전기

둘째 시험관

지난 3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생리 3일 차, 내가 다니던 난임 병원에 가서 시험관을 하겠다고 말하고 난임진단서를 받아왔다. 그날부터 과배란을 위한 배 주사를 맞기 시작하고, 정부 지원금을 신청했다. 오래 고민했지만 결정을 내리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라, 이렇게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째는 자연임신이 되었지만, 둘째를 시험관 하는 것이라 녹녹지 않은 길임은 분명했다. 

 

난자 채취를 위해서는 과배란을 위해 배 주사를 정해진 시간에 맞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울 리 없다. 엄마가 눈에 안 보이면 큰일 나는 흥이가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운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약을 섞어서 주사기에 넣는 것도 쉽지 않고, 혼자 놓는 주사에 대한 두려움도 큰데, 그보다 어서 빨리 맞고 흥이한테 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서 한두 번 망설이다가 2-3개 되는 주사를 그냥 쿡! 찔러버린다. 잘못 찔러서 두세 번 찌를 때도 있지만, 꾹 참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남편이 집에 있으면 흥이 관심이라도 끌어 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배 주사 한번 놓기도 어려운 일이다. 흥이 앞에서 주사를 놓고 싶지도 않고, 흥이가 주삿바늘에 찔릴세라 재빨리 치워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 주사를 맞으면서 병원을 2번 정도 더 방문했다. 난포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주사 종류와 양도 조절했다. 아무리 재택근무지만 근무시간 전에 병원에 다녀오려고 일찍 병원에 가기 위해 남편이 출장 간 사이에 친정엄마 찬스를 쓴 적도 있다. 엄마가 자기 놓고 나간다고, 세상 서럽게 우는 흥이를 떼어놓고 나오는 길은 참으로 속상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인데 병원에서 오라고 할 땐, 새벽같이 병원에 가기도 했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결국 출근을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나는 AMH가 0점대인 극난저. 0에 가까울수록 조기폐경이 가까운 것이다. 과배란 주사를 써도 난포가 잘 자라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6-7개가 자라주었다. 난포 채취하는 전날까지, 혹시나 공난포이면 어쩌나, 배란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난포 7개가 채취되었다. 원래는 남편 가족행사가 있었는데 채취 때문에 참가를 못하게 되었다. 난자 채취하는 날, 남편은 일이 많이 바빴는데 본인의 몫을 마치고 같이 병원에 끝까지 있어줬다. 그날 아침 9시 반쯤 병원에 도착해서, 점심시간 전에 채취가 끝났고, 점심시간이 지나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집에 오니 2시가 넘어있었다. 그래도 7개나 채취가 되었다니 너무나 다행이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오른쪽 난소가 약간 위쪽에 있어서 채취하면서 좀 더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딱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서 며칠이 지나도 아직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가 아프다. 


과연 몇 개가 수정이 되었을까. 난저는 난자 질이 안 좋아서 수정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던데.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이식을 하려 수술실에 들어가서야 결과를 알게 되었다. 총 7개 중에서 6개가 수정이 되고, 3일 배양된 A급이 나와서 그 배아를 이식했다. 나머지는 좀 더 키워서 동결을 시켜보기로 했다. 우리는 흥이때 이미 쌍둥이였다가 하나가 자연도태가 된 경험이 있기에, 한 개의 배아만 이식했다. 보통은 확률을 높이기 위해 2-3개를 이식한다고 한다. 이식하는 시간은 5분밖에 안걸렸는데, 대기시간만 3시간 이상 되었다. 난임은 기다림과의 싸움이랬던가... 병원 기다림도 시험관의 어려움에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오늘은 이식 3일째, 어제까지는 몸살 기운도 좀 있고 어지러웠는데 오늘은 몸이 무거운 것 말고는 별 증상이 없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Youtube 우리동네 난임전문의 이재호 선생님에 따르면, 이식 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상생활을 하라고 한다.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이다.


첫째, 시험관을 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시험관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의를 찾아 병원을 멀리 다니는 사람도 있고, 스트레스가 임신에 가장 안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직접 경험해보니,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가도 대기가 워낙 길고, 병원에 가야 하는 날도 일주일에 1회 이상이다 보니, 회사 스케줄에 맞추기가 어렵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기에, 딱히 보고하지 않고 외출해서 병원에 간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회사일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 


둘째, 시험관을 하는 사람들은 배 주사를 놓고 나면 몸의 변화를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느낄 마음의 여유 없이 다리를 잡고 매달리며 안으라고 1초에 한 번씩 외치는 흥이가 있다. 채취 후 몸이 너무 힘들어서,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친정에서 1박을 했다. 이식을 한 후에는 흥이가 어린이집이 끝나면 친정부모님이 좀 봐주고 계시지만 남편까지 긴 출장 중이라서 밤과 아침에는 오롯이 혼자 육아 중이다. 평소에도 남편 출장 중에는 쉽지 않은데, 하필이면 이번 주에는 일이 꼬였다. 첫째 시험관을 하는 사람들은 이식 후 누워서 몸조리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흥이가 일어나는 새벽 6시부터 12킬로 나가는 아기를 힙시트에 안고 있고, 쪼그리고 앉아서 씻기고, 바닥에 흘린 음식들을 닦고, 택배를 옮기고 있다. ‘이래도 되나, 잘 안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당장 내 눈앞에서 목놓아 우는 흥이가 먼저이다. 


셋째, 시술 중간에 의사 선생님이 바뀌었다. 내가 지난 2달간 만나왔던 원장님이 코로나에 걸리신 건지, 아프신지, 개인 사정인지 생겨서인지 부재중이라, 채취를 정하는 날, 채취하는 날, 이식하는 날 모두 옆방 선생님이 담당해주셨다. 내가 지금까지 의지했던 의사 선생님이 아닌, 새로운 선생님에게 시험관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이 세 가지를 진행하게 되다니,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혹스럽다. 첫 시험관이라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옆방 선생님은 너무 환자가 많아서 질문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약이고 뭐고 주는 대로 받아오기만 했다. 


시험관 관련 카페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될놈될.


아무리 등급 좋은 배아래도 안될 수도 있고, 등급이 안 좋은 배아라도 될 수도 있고, 몸조리를 잘해도 안될 수도 있고, 평소보다 더 힘들어도 될 수도 있다고..


1차 피검사까지 9일이나 남았다. 


바깥세상도 녹녹지 않으니, 내 뱃속에 들어와 준 배아야, 힘들겠지만 버텨주렴. 우리 이 험한 세상을 같이 이겨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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