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를 걷은 채 무대로 올곧게 걸어 나와
수천 번 제련해 이제 몸처럼 기능되는
내 예술을
동작합니다
신뢰와 기대가 쌓인
오롯한 선망의 눈빛이
나를 비추는 조명들입니다
그러니 빛이 없는 곳에서도
수없이 저를 망가뜨리고 공들였던 것을 부수고도
다시 나의 표현을 만드는 투쟁을 관둘 수 없습니다
알아주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빛이 없는 곳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보여줄 수 있는 찰나를 위한
어둠 속의 일상을 살피다가
나를 알아채고
기어코
붙잡습니다 나를
우리는 어둠 속에서 전부를 볼 수 없지만
친애하는 친구들의 모든 아픔을 치유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안아버립니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재생합니다
우리를 따라올 자매들은
우리가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성실을 감각하고
우리의 삶을 눈에 담으며
막막함을 덜고
청명한 도약을 합니다
내 자매들이
더 넓고 깊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눈빛을 틔웁니다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달려가 순수를 건네고
정성을 품에 안겨 주며
계보를 이어나갈 선언을 키웁니다
하나하나가 처음인 자매들이 늘어납니다
한 명씩 다정하게 이끌어 볼까요
천천히 한 계단씩 북돋아주며 손을 내밀어 볼까요
같이 춤을 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