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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나 Jan 30. 2024

글 조각

047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숨을 다해 토해내지 않으면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오랜 꽤 시간 지속되는 우 울은 단단한 지면 밑에 잠식해 있는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에서, 복선도 없이 어느새 살얼음판으로 변한 지면이 깨져버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어둠으로 끊임없이 잠수하는 익사와 닮았다. 조금 더 자주 끊기듯 이 오는 우울은 어두운 새벽의 언제부터인지 모를 텅 빈 도시 안의 고장 난 청색 전광판에서 나는 전파 끊긴 라디오 소리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었다. 타인에게 단면 한 부분도 보이는 것은 합의 한 번 필요하지 않은 금칙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입에 넣고 씹는 순간보다 자주 마주치는 우울은 매 순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내가 부풀리게 되는 우울은 언제쯤 버릴 수 있을까. 되뇌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두려워 덮었고 감당할 수 없어 무력감으로만 재우던 공허를 퍼렇게 뜬 눈이 우울이었다. 자신의 사진에서 자신의 우울을 사랑을 한다는 사람을 보았다. 타인에게 드러내는 우울이라는 치부는 타인의 입에서 와그작와그작 씹힐 것만 같았는데 이상하게 그 문장을 보고 나도 내 치부라고 생각했던 우울을 드러내고 싶어 글을 썼다. 우울에 매 순간 익사하고 전파가 끊기겠지만 이제 우울을 감겨야 하는 순간에 나는 조금씩 도달하는 중이다.


081

오월은 아마 봄과 여름 사이의 달일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인간이 싫어지고 한 것도 그다지 없는데 에너 지가 주야장천 소모되는 이 기분이 싫다. 봄은 누군가들이 가장 많이 홀로 죽어가는 계절이라고 들려온다. 시작이 두려운 사람들의 집합은 생각보다 더 많이 존재해 왔다는 확신을 주는 말이었다. 요즘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이 늘고 꿈이 늘었다. 이유 모를 복잡한 꿈들을 자주 꾼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다 이내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다. 봄이라 그래서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게 연관성 없는 이유를 가져다 써버린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감내한다. 해를 지는 시간에 밖을 나서 어디론가 걸어가면 형용할 수 없는 마음들이 엉킨다. 잊어버린 누군가를 다시 잊어야만 할 것 같고 기억해야 할 것만 같다. 나라는 인간이란 이렇게 다양하게 환경에 휩쓸리면서도 나약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 생이 뭐라고 이다지도 생각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끝을 맺는다. 나에 대해 가장 많은 말을 내뱉을 수 있지만 나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떻게 쉬는 것이 진정한 휴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모순적인 뇌를 가지고서 말이다.


825

크리스마스를 생각했다. 무너지는 것들이 마음에 밟혔다. 편지를 쓸 것이다.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같은 마음으로 현재 사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도 재해석된 마음으로 사랑을 발화시킨다. 나는 생각이 많아 내면이 복잡한 형태로 겹쳐져 다차원이 된다. 그렇기에 내 마음을 정돈해가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더 잘 될 것이다.


00

영어 일기 쓴다 이번에는 한글로 적은 뒤에 파파고 없이 영어로 바꿔 쓸 거다 모르는 건 찾아보고 에버노트에 기록할 거다 기록 가능한 많이 하고 싶다 책을 포함한 미디어도 자주 기록하고 싶다 난 쓰는 것에 진심이네


01

글을 쓰고 싶었음에도 쓰고 싶지 않았다 나를 꺼내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겁과 화가 많은 것 같아서 답답했다 그러나 몸을 물리는 것처럼 나를 다시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갈 수 있다 불합리적인 사건을 보고 가까이 닿을 만한 사람에 대해 신경 쓰이고 부당한 짓을    


01

지금이 최상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잠을 많이 안 자서 피로가 앞선다 글을 생각보다 쓰지 않게 됐다 강한 경험에 닥치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래도 쓰고 싶었다 쓰는 건 무엇보다 깔끔하게 날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혼자인 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나만 알았던 시간이 나조차도 모르게 자연히 대다수 사라진다 별의 폭발과 닮아 있을지 모른다 사실 둘 다 안정 영원한 안식을 닮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남은 잔해는 어떤 가능성을 야기해서 좋다 그렇지만 쓰는 건 별 거 없다고 생각했던 일상에서 새로운 날 관찰할 수 있어서 자주 쓰고 싶다


혼자 앓은 것들은 어디까지나 은폐가 쉬웠다. 곪아버렸다고 즉각 폐기할 수 있는 몸을 쓰고 싶었다. 분쇄시키고 멍 들게 하고 부당하게 써도 상관 없었으면 했다. 턱을 넘고 울고 있는 나를 상상했다. 나는 나를 보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다. 코와 목을 자르고 싶다. 흐린 날에는 주로 재가 된다. 모욕하고 멸시한다. 기계가 되고 싶다. 욕되게 한다. 비수가 진동한다. 살이 파인다. 먹는다. 마신다. 먹는다. 먹는다. 잔다. 먹는다. 먹는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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