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소설 독자의 특성 연구> 논문 감상
난 웹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페미니즘, 글 창작, 성애/이성애/남성애 중심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웹소설에 관한 논문을 읽었다. <한국 웹소설 독자의 특성 연구> 논문이다.
- 웹소설의 피서술자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을 연애의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핵가족 이데올로기, 곧 낭만적 사랑의 이념의 소유자들로 분석된다.
- 한 번 읽어본 작가의 작품은 경향이나 분위기를 익히 알고 있기에, 독자는 작품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업로드되는 작품이 수천 편에 이르는 웹 환경에서 작품을 선별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작품을 즐기는 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웹소설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목적이 소위 ‘힐링’에 있음을 알게 된다. 기존의 이념을 확인하고 위안받고 받고 싶은 것이지,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 새롭게 알거나 추구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웹소설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다루는 웹소설은 여성향 웹소설과 여성 독자들 같다.
결혼 - 핵가족 이념으로 이어지는 차별에 대한 논의와 웹소설의 주류 목적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성애/로맨스 서사는 평생 미디어로 학습하기 쉽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는 여성들도 여성 작가가 재밌게 쓴 낭만적인 사랑을 보기 쉽다고 생각했다. 로맨스가 없는 여주 판타지는 생계를 책임지기 어려울 정도로 입지가 적기에 많은 여성 작가들이 2000년대 순정만화 여성 작가처럼 로맨스(로판) 장르를 통해 입체적인 여성 서사를 구현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인기 많은 장르는 남성에게 사랑받는 로맨스나 BL 장르, 남성 아이돌물이고 남성은 판타지, 무협, 게임 같이 로맨스가 주되지 않는 장르가 많다 보니 여성은 여성 캐릭터가 남성과 사랑하는 서사만 주로 보지만, 남성은 남성 캐릭터가 회장, 왕, 부자 같이 높은 계급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주로 볼 수 있다는 지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 웹에서 작가와 독자는 즉각적으로 소통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웹소설은 주 2회 업로드되는 요일별 연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소설 끝에 별점과 ‘좋아요’, ‘작가의 말’이 함께 붙어있다. 따라서 그 아래 달게 되어 있는 댓글은 자연히 작가와 소통하는 형식을 지니게 된다. 이런 이유로 회차별 서비스 페이지에 달리는 댓글은 독서후기 외에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작품에 대한 요구를 함께 담게 되었다.
- 댓글로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독자는 작가에게 스토리와 서술에 대한 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더구나 독자의 요구가 플랫폼의 진열방식에 영향을 주는 별점과 조회수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작가는 독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작품은 독자의 요구와 환상을 성취해 주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게 된다.
- 웹소설에서 ‘작가님’의 언급 비중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웹소설 독자는 TV드라마와 달리 작가에 대한 소위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이다. ‘작품을 안 읽은 독자는 있어도 한 번 읽은 독자는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웹소설 독자들은 작가의 전작들을 줄줄 꿰고 있는 독자들이 많고, 작가를 ‘쫓아다니며’ 작품을 읽는 이른바 ‘유목 읽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웹소설, 웹툰 같은 실시간 연재는 독자의 실시간 요구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고 검열에 시달리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와 여성 작가, GL 장르는 여성 혐오의 현실로 인해 더 많은 검열과 고민이 많다는 걸 알았다.
- 웹소설에는 작가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기존의 것을 고집하고 고수하며, 특정 대상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은 웹소설 문화 현상의 속성이 컬트적임을 확인해 준다. 웹소설이 TV드라마보다 훨씬 장르소설적이고 컬트적이 된 이유는 유목민처럼 작가를 따르는 독자 집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 특정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드라마와 달리, 언제든 원하는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독서환경이 만들어 낸 변종적 문화적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웹소설은 기존의 플롯이나 분위기를 탈피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 그런데 장르소설적이며 컬트적 속성이 강한 웹소설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창출은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장르와 플롯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로맨스를 고집하며 로맨스가 창출하는 이념을 고수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웹소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작품의 사전제작 후 일괄 업로드를 수행하는 방식, 완성본 공모전 개최 등이 작품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경우든 독자들의 미의식 변화가 그것을 선도하리라고 본다.
논문을 다 읽고 현재 웹소설 장르 유행과 웹소설 팬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여주판(타지)과 지엘 웹소설을 더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나는 여성 중심 서사를 더 많이 좋아하고 싶은 여성이라는 걸 다시 깨닫기도 했다. 여성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나 성장을 보면서 여성의 세계를 상상하고 회복하며 나아가고 빛을 감각하고 싶다. 여성이 표현하는 창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