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엘린 Aug 27. 2024

흰머리

-모두의 가능성



아마 있지 않았을까?

20대의 어느 날의 내게도. 흰머리를 발견하고 뽑았던 순간이.

그때 그것은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을 것이다.

곱절이 되어버린 지금. 흰머리. 그것은 이제 확실히 내 것이다.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이것들이 처음엔 일용직이더니 계약직이었다가 어느새 상용직이 되었다고.


아직도 나의 정체성은 젊은이에 머물러 있는데 주변의 반응들로 깨닫곤 한다.

나는 이제 젊보다 늙에 다가가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은 나를 깎듯이 대해준다. 

다행히 아직도 가끔 나를 대함에 있어 약간 헷갈려 하는 

귀엽고 순수한 젊은이들이 있지만.

대게는 깍듯하다.


정수리에 한두 서너 개의 흰머리들이 허를 찌르며 발견되곤 했다.

눈을 한껏 치켜뜨며 족집게로 단단히 딱! 잡아 뽑는다.

이렇게 길도록 어찌 발견을 못 했던 걸까 신기해하며.


언젠가 지하철에서 앞에 앉아 있던 여자의 짙은 긴 생머리 사이로 

허연 머리카락이 길게 삐져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었다.

허연 것들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하고 서글픈 느낌이 들었었다.


거울을 보다가 관자놀이 옆 머리카락 사이에 흰머리 한 가닥을 발견하고 말았다.

새로운 구역에서 발견된 흰머리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생물학적으로 진행된 노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금 나는 40대다.

가능성. 그것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확 늙은 기분이 들었다가 다시금 젊어진다.

결국 나의 정체성으로 돌아간다.

나는 마이클 잭슨과 도자 캣을 같이 듣는다. 





작가의 이전글 무지개마을의 축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